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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TINATION

역동적인 우아함에 반하다

오스트리아 알프스

유럽 > 오스트리아

발행 2021년 03월 호

해발 2000m가 넘는 산봉우리와 티 없이 맑은 호수, 그 위로 내리쬐는 눈부신 햇살에 둘러싸인 오스트리아 알프스. 차창 밖으로 스치는 알프스의 속살은 역동적인 우아함을 자아낸다. 빙하와 만년설을 품은 아름다운 산과 호수를 따라간 가장 서사적인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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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스, 그 미지의 세계로

티롤, 케른텐, 잘츠부르크 3개 주에만 해발 3000m가 넘는 산이 스물한 개나 있다. 인스부르크에서 출발해 외츠탈 계곡, 클라겐푸르트–밀슈타트를 지나 그로스글로크너 하이 알파인 로드, 첼암제 호수까지 3개 주 7개 지역을 거쳐 총 930km를 달렸다.
두 발로 땅을 딛고 서서 내 눈으로 보기 전에 그곳은 마치 미지의 세계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직접 자동차를 운전해 알프스가 만든 지형과 알프스의 축복으로 채워진 오스트리아의 3개 주를 여행하는 계획을 세웠을 때 그곳에 대해 알고 싶은 건 이미 많았다. 겨울이 얼마나 빨리 오는지, 높은 봉우리들이 웅장한지 혹은 다정한지, 1년 내내 녹지 않는다는 만년설 위로 해가 떠오를 때 그 빛이 얼마나 눈부신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긴 겨울을 어떻게 보내는지, 성격은 거침없는지 아니면 소심한지 혹은 고집스러운지.
동쪽으로는 오스트리아와 슬로베니아에서 시작해 이탈리아와 경계를 이루며 서쪽으로 이어지다가 독일과 스위스를 거쳐 프랑스 남부 니스 해안에서 끝을 맺는다. 지중해 해안에서 유럽 대륙 중심부를 관통하는 이 알프스산맥이 국토의 3분의 2를 덮고 있는 나라가 바로 오스트리아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생각보다 긴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고개를 들면 까마득한 산봉우리가 나를 내려다보고, 2000m가 넘는 산봉우리를 집 뒷마당에서 곧장 오른다. 높은 산들이 만나는 깊은 곳엔 비밀처럼 계곡과 마을이 자리하고, 이른 아침 새벽안개가 뱀처럼 구불구불한 길을 만들며 계곡을 신비롭게 채운다. 빙하가 만든 투명한 호수는 오후의 햇살을 받아 눈부시게 반짝인다. 험준한 산봉우리 위에 쌓인 흰 눈과 산을 감싸고 도는 흰 구름이 마치 이곳은 다른 세상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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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브루크의 평범한 일상

아침 7시, 인스브루크 중앙역 인근에 자리한 호텔 12층의 조식 식당에서는 두꺼운 구름이 휘감고 있는 노르트케테산(2637m)이 한눈에 보인다. 바깥 테라스로 나가는 문을 열자 차갑지만 상쾌한 공기가 미처 덜 깬 아침잠을 깨운다. 흐린 날씨 탓에 분명하게 볼 수는 없지만 웅장한 산들이 나를 둘러싸고 있음이 느껴진다. 그때는 몰랐다. 1시간 뒤에 비가 내리리라는 것을. 비 때문인지 티롤 파노라마 뮤지엄 근처의 산길은 호젓했다. 빗줄기가 점점 굵어지더니 이어 장대비가 쏟아지고 걸음을 뗄 때마다 물웅덩이에서 빗물이 튀고 발밑에서 젖은 나뭇잎들이 느껴졌다. 우비를 단단히 차려입은 40대 여성이 비를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강아지와 함께 아침 산책을 하고 있다. “알프스산의 암반 지대로 스며든 빗물을 인스브루크까지 직접 파이프로 연결해 마시는 물은 물론 세탁이나 세차 등 생활용수로 쓰고 있어요. 하루에 산에서 나오는 미네랄워터가 1억8000만 L 정도 되는데 총량의 3분의 1만 사용하죠.”
53세의 나이로 열정적인 투어 가이드를 하고 있는 모니카 운테르홀츠너는 인스브루크 태생이다. 1599년부터 종을 만들어온 가업을 이어받아 지금은 벨 뮤지엄을 운영하고 있다. 이 지역 관광청 담당자들은 한결같이 이곳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이다. 잠시 다른 도시나 외국으로 나가 공부하고 새로운 경험을 한 뒤 자연과 함께하는 삶이 그리워 결국엔 다시 돌아온다.
1964년 동계올림픽을 치르면서 설치한 유서 깊은 베르기젤(Bergisel) 스키점프타워에서 노르트케테를 배경으로 고즈넉하게 자리한 인스브루크 시내를 내려다보며 티를 마신 뒤 노르트케테로 올라가는 케이블카를 탔다. 중간 기착지인 제그루베(Seegrube) 정류장에 내리자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고 있는데 창밖으로 한 남자가 눈발을 헤치며 자전거를 타고 지나간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오는 길에 경사진 산비탈을 따라 산악자전거를 타던 그 사람이다. 페달을 힘주어 밟으며 이렇게 외치는 것 같다. 산이 있으니까요!
인스브루크에서 남서쪽으로 1시간 정도 운전하면 닿는 외츠탈(Oetztal)은 단번에 활달함과 역동성이 느껴지는 계곡이다. 첫인상은 그림엽서의 풍경 같다. 눈부시게 파란 하늘 아래 만년설이 덮인 산봉우리들이 솟아 있고 그 위로 투명한 햇살이 강렬하게 빛난다. 159m 길이의 폭포수가 물안개를 흩뿌리며 두 갈래로 쏟아져 내리는 슈투이벤(Stuiben) 폭포 바로 곁에서는 가족으로 보이는 네 사람이 몸에 로프와 안전벨트, 홀더, 카라비너를 장착하고 바위에 바짝 붙어 암벽을 타고 있다. 대단해 보이는 한편 보는 것만으로도 왠지 두려워 두 눈을 꼭 감았다. 티롤에서는 누구나 하이킹을 하고 클라이밍을 한다고 말할 때 모니카의 얼굴에 스친 표정과 목소리의 뉘앙스가 떠올랐다.
  • 에디터 민다엽
  • 최윤정(전 <내셔널지오그래픽 트래블러> 편집장)
  • 사진 조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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