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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lk, Run and Feel!

8년 차 미드레벨러의 힐링 모멘트

아시아 > 홍콩 > 홍콩

발행 2021년 03월 호

아무런 예고도 없이 세상이 멈췄지만, 다시 세상은 조금씩 힘을 내며 흘러가고 있다.
지금 여기 홍콩은 조금 덜 붐비고 차분하지만, 차츰 예전의 활기와 일상이 돌아오고 있다.
미드레벨에서만 8년째 살고 있는 ‘미드레벨러(Mid-Leveler)’의 홍콩 리얼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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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ctoria Peak] 피크가 거기 있으니까!

어릴 적부터 읽은 책과 영화에서 접한 미드레벨은 막연히 동경의 대상이었다. 산중턱에 자리한 높은 빌딩의 아파트들, 영화 속 감각적인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 소호의 화려한 레스토랑까지, 미드레벨의 모든 것은 내겐 별천지였다. 뒤로는 빅토리아피크산이, 아래로 센트럴(Central)이 내려다보이는 미드레벨에서의 삶은 매일 새롭고 신선했다. 어느덧 미드레벨에서 산 지도 8년째, 이제는 ‘프로 미드레벨러’가 된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고민 없이 ‘빅토리아 피크(Victoria Peak)’를 꼽겠다.
도심 속에 우뚝 솟은 빅토리아피크는 홍콩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산이다. 한자로 태평산정(太平山頂)인 빅토리아피크는 이름처럼 늘 넓은 마음으로 따뜻하게 사람을 품어준다. 한눈에 들어올 정도로 작은 산이지만 아직 가보지 못한 길이 많다는 것이 신기할 뿐. 하루는 익숙한 길을 걷고, 또 하루는 숨겨진 길을 찾아보며 매일같이 빅토리아피크에 오른다.
피크는 나의 홍콩 생활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내 생활의 일부이자, 나에게 앞산이고 뒷산이자 동산이다. 매일 피크를 바라보며 아침을 시작하고 8년 동안 시간이 날 때면 꾸준히 피크에 올랐다. “왜 에베레스트에 계속 오르는가?”라는 질문에 “산이 거기 있으니까”라고 대답한 영국 출신 등반가 조지 말로리의 심정을 어느 정도 알 것만 같다. 누군가 나에게 “왜 피크에 오르는가?”라고 묻는다면 나 역시 “피크가 거기 있으니까”라고 대답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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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untain View] 산이 보이는 집

홍콩에 사는 많은 한국 사람들이 바다가 보이는 시뷰(Sea View)를 선호하지만, 나는 산이 보이는 마운틴뷰(Mountain View)를 훨씬 좋아한다. 우리 집 안방 침대에 누우면 저 멀리 빅토리아 항구와 센트럴의 빌딩숲이 보이지만, 거실 소파에 앉아 밖을 내다보면 완만한 곡선의 빅토리아피크가 보인다. 고개를 조금 더 내밀고 올려보면 반달 모양의 피크타워(Peak Tower)까지 눈 안에 들어온다. 홍콩에서 이 집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산이 주는 안정감, 청록색이 주는 편안함, 창밖의 빅토리아피크 덕분에 집 전체가 푸근해지는 느낌.
처음 피크에 오르던 날이 생각난다. 홍콩섬 한가운데 우뚝 솟은 피크는 산 주위로 수십 개의 출발선이 있다. 집(미드레벨)에서 피크에 오르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올드피크 로드(Old Peak Road)에서 출발하는 방법과 칸듀이트 로드(Conduit Road)에서 시작하는 출발선이 있다. 그중 올드피크 로드는 피크까지 쉬지 않고 걸으면 30분 만에 도착할 수 있는 짧은 코스다. 문제는 경사가 심하게 가파르다는 것. 평지 하나 없이 30분 내내 오르막길을 올라야 하는 난이도가 있는 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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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rning Trail] 활기찬 아침, 모닝 트레일

개인적으로 애정하는 코스는 칸듀이트 로드 끝자락과 연결되는 해톤 로드(Hatton Road)에서 출발하는 코스. 이름도 상쾌한 모닝트레일(Morning Trail) 혹은 피크트레일(Peak Trail)이라고 불린다. 완만한 경사와 가파른 언덕, 그리고 평지가 반복되는 이 코스는 입구에서 피크 정상까지 총 3km로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특히 모닝트레일 출발선에는 코트월 소방서(Kotewall Fire Station)가 있는데, 산을 오르기 전 소방관의 훈련 소리를 들을 때마다 활기차고 건강한 기운을 얻는다.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피크를 오르기 위해 모닝트레일을 찾는다. 처음 몇 년은 기계처럼 피크를 오르고 내리며 피크에 대한 감흥이 없었고 크게 의미도 부여하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작고 오밀조밀한 홍콩에서 살다 보니 답답할 때가 찾아온다. 삶의 부대낌에서 오는 힘듦일 수도 있고, 오랜 해외 생활에서 오는 외로움일 수도 있다. 돌이켜보니 그럴 때마다 나는 피크에 올랐다. 의식하지 못했지만 답답한 마음을 해소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자연을 찾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세상에, 피크가 없었으면 어쩔 뻔했어!” 그때부터 피크는 내 인생에 의미 있는 장소가 되었고 모닝트레일을 걷는 시간이 힐링 모멘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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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디터 민다엽
  • 김윤선(홍콩 통신원)
  • 사진 로리 추(Rory Chu), AB-ROAD 자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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