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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TINATION

영화 로케이션

영감의 원천이 된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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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2021년 02월 호

어떤 영화는 아름다운 로케이션 하나로 흥행하기도, 또 어떤 영화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스토리로 촬영지를 관광 명소로 변모시키기도 한다. 영화가 탄생하는 데 영감의 원천이 된 장소 4곳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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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품고 달리는 길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2015 Outback, Australia

그리스 신화로 전해지는 이야기 중 하나, 판도라가 항아리를 열자 그 안의 온갖 나쁜 것들이 빠져 나온다. 그리고 그 안에는 희망만이 남는다. 그런데 왜 나쁜 것만 모아두는 판도라의 상자 안에 희망이 있었을까? 희망은 알지 못하는 미래에 있고, 욕심을 만들며, 기대와 실망을 동시에 주니까 마냥 긍정할 수만은 없는 단어다. <매드맥스>는 풍요로운 땅도, 물과 기름 등의 자원도 메마른, 종말 직전의 미래에서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인간들의 이야기다. ‘녹색 땅’과 ‘어머니의 땅’이라는 희망 하나로 생존을 위해 목숨 건 이들의 싸움이 황량한 사막에서 끝없이 펼쳐진다. 그리고 영화는 희망이 무력한 인간에게 끼치는 영향에 대한 메시지를 던진다. 건물도 없고 생명이라곤 하나도 없는 땅, 영화의 주요 배경이 된 곳은 바로 호주 아웃백. 영화에서 아웃백의 환경적 특징을 아주 효과적으로 반영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웃백이 갖고 있는 황폐함은 관객에게 적대적이면서도 불편한 느낌을 잘 전달해 처참한 세계와 끊임없이 싸워야 하는 서사를 끌고 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웃백(Outback)은 오지라는 뜻으로 호주의 건조한 내륙부에 사막을 중심으로 뻗어 있는 지역이다. 4개 주에 걸쳐 사막지대를 형성하고 있으며 호주의 ‘심장부’라고도 일컫는다. 넓디넓은 아웃백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여행 스폿은 울루루(Ulruru)다. 이곳은 일본 영화에 유독 자주 등장하는 지역으로 전 세계 여행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에어즈록 공항 인근에 방문객들을 위한 호텔이나 리조트가 마련돼 있지만, 공항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울루루에 펼쳐진 자연의 생생함과 위대함을 더욱 생생히 느낄 수 있다. 캠퍼들은 케언스에서 출발해 울루루를 거쳐 퍼스까지 가는 횡단 여행을 즐기는데 총 4660km의 여정이다. 그냥 자동차 여행이려니 하고 시작했다가는 큰코다치기 십상. 오프로드가 많아서 여행이라기보다 야생 체험이나 모험쯤으로 생각하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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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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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너브라더스픽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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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를 향한 질주 <델마와 루이스> 1991 Dead Horse Point State Park, U.S.A

여자 둘이 한 팀이 되어 어떤 일을 해냈을 때 으레 하는 말이 있다. “델마와 루이스다.” 30년도 지난 영화지만 <델마와 루이스>는 여전히 여자들 사이에서 승리와 자유의 아이콘이다. 여행을 떠난 두 주인공이 자신들에게 해를 입히려던 남자를 살인하게 되고, 예상보다 더 길고 긴 여행이 되어버린 이야기를 그렸다. 이는 남성 중심의 할리우드 영화계를 완전히 뒤집은 영화이며, 최초의 여성 버디 무비라는 상징성을 띤다. 이 영화의 무대는 애리조나주 모뉴먼트밸리와 유타주 캐니언랜즈, 아치스 국립공원 등이다. 절정으로 치닫는 스토리는 마치 절벽 따위는 위험 요소가 아니라는 듯 질주한다. 절벽 앞에 그들이 차를 멈춘 장소는 영화 속에서 언급한 그랜드캐니언이 아닌 유타주의 데드호스포인트 국립공원이다. 그랜드캐니언으로 착각할 만큼 스펙터클하며 웅장하다. 델마와 루이스의 이야기는 마치 영원한 자유를 얻으려는 듯 절벽 위 공중으로 질주하는 모습으로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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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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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사라져도 사랑은 남아 <이터널 선샤인> 2004 New York, U.S.A

엉뚱하고 익살스러운 연출로 ‘영상의 마술사’라고 불리는 미셸 공드리 감독의 2004년작 영화. 어떤 이에겐 인생 영화로 남아 찬 바람이 스미는 계절이 되면 저절로 떠올릴 정도의 명작이다. 영화는 가슴 아픈 기억을 지워주는 병원이 있다는 상상력으로 시작된다. 하지만 웬일인지 기억이 지워져도 두 주인공은 계속해서 만난다. 그리고 만남의 장소는 늘 몬탁 해변이다. 영화에서 주요한 역할을 하는 몬탁 해변은 뉴욕 맨해튼에서 기차로 2시간 거리에 있는 롱아일랜드에 있다. 너무 조용하고 탁 트여 있어 세상에 혼자 남겨진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이 해변에서 두 남녀가 만나 사랑에 빠진다. 몬탁 해변은 화면 속에서 바라만 보고 있어도 외로워져 누구라도 사랑하고 싶어지는 곳이다. 롱아일랜드의 끝자락에 있으면서 손꼽히는 해돋이 명소로 알려진 몬탁 등대는 뉴욕에서 최초로 만들어진 등대다. 어부들에게 빛이 되어주던 이 등대에서 내려다보는 롱아일랜드의 전경도 놓치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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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커스픽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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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속에 꽁꽁 숨긴 과거와 마주하는 설원 마을 <윤희에게> 2019 Otaru, Japan

엄마 윤희에게 도착한 한 장의 편지로 영화가 시작된다. 그리고 이 영화는 새하얀 오타루의 눈을 타고 세 가지 관계의 타래를 풀어간다. 엄마 윤희와 딸 새봄, 편지 수신인인 쥰과 그 편지를 보낸 고모 마사코, 그리고 동성의 사랑이 죄가 되던 시절, 사랑으로 인해 가슴 깊은 상처를 얻은 윤희와 쥰. 네 여성의 연대가 한 사람의 인생을 어떻게 바꿔놓는지 영화는 보여준다. <윤희에게>의 감독 임대형은 한 인터뷰에서 일본 오타루 여행 중에 만난 동네 할머니가 “눈이 언제 그칠까요?”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는 그곳을 배경으로 삼았다고 이야기했다. 늘 눈이 많이 오는 동네의 토박이 할머니에게서 들은 그 말이 어쩐지 새롭게 느껴지기도 했고, 뭔지 모르는 막막한 감정이 쏟아져 나왔다고. 그렇게 설원 마을에서 그동안 한국에는 없었던 중년 여성의 퀴어 서사가 성공적으로 탄생했다.
오타루는 훗카이도 삿포로 바로 옆에 있는 도시다. 영화 <러브레터>에서도 인상적인 설경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얀 설원에 아기자기한 낮은 건물들이 어우러진 풍경이 먹먹하고 아련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일까. 삿포로에 비해 오타루는 옛날 훗카이도의 모습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어 훗카이도의 날것을 경험하기에 좋다. 그래서 삿포로를 방문한 여행자들은 오타루를 당일치기로 많이 찾는다. 오타루의 하이라이트는 해 질 무렵에 있다. 사실 해가 뉘엿뉘엿 지는 시간이 아름답지 않을 곳이 어디 있겠느냐만, 저녁에 보는 야경이 어쩐지 유럽의 작은 마을을 닮기도 했다. 또 오타루의 온천 마을도 빼놓을 수 없다. 조잔케이 온천은 따뜻한 온천과 눈의 조화가 아름다운 곳으로, 눈의 마을에서 펼쳐지는 온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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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사 달리기
  • 에디터 박진명
  • 사진 AB-ROAD 자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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