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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TINATION

우리와 꼭 닮은 제주의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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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올레 1코스

아시아 > 대한민국 > 제주

발행 2020년 10월 호

제주에 발길이 닿기 전후로 태풍이 두 번이나 그 작은 섬을 휩쓸었다. 날씨가 맑았으면 더 좋았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좋았다. 날씨와는 상관없이 우리의 모험심은 그대로였으니까. 몸이 바람에 종이 인형처럼 절로 휘날리고 비에 눈살이 찌푸려져도 제주는 역시 제주였다. 제주는 불완전하지만 그래서 더없이 완전한 우리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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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을 지나 바다까지

제주 올레 1코스는 본래 시흥초등학교에서 시작되지만 우리는 제주 올레 공식 안내소에 가장 먼저 들렀다. 이른 아침부터 거세게 내리던 비가 조금 잠잠해졌다. ‘아큐웨더(Accuweather)’라는 미국 기반의 애플리케이션으로 날씨를 계속 확인했다. 2시간 동안의 기상까지 자세하게 확인할 수 있어 우리에게 더없이 유용한 앱이었다. 말미오름을 지나 알오름 정상까지는 단 4km. 비에 젖은 스산한 숲길이라 사람이 별로 없었다. 올레길은 혼자 걷기보다는 동행자와 함께 걷길 권고하고 있다. 말미오름의 정상은 능선으로 이어져 있다. 한 군데가 불쑥 솟는 대신 능선의 한가운데가 정상이고 그 주변으로 완만한 능선길을 걷다 알오름으로 내려간다. 차분히 주변을 둘러봤다. 비를 머금은 구름 틈 사이로 성산일출봉이 가장 먼저 두 눈에 들어왔다. 우도도 보이고, 지미봉도 보인다. 알오름으로 내려가는 동안에도 하늘은 여전히 구름을 붙잡고는 햇빛이 들어올 틈을 내주지 않았다.
알오름으로 내려와 종달리 옛 소금밭을 지나 성산일출봉을 끼고 해안길을 걸었다. 저 멀리 종달리 해변에서 패러세일링을 하는 사람들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역시 물놀이는 비올 때 해야지”라든지, 빨간 등대를 바라보며 우리는 “만약 등대지기로 3년 살고 10억 받는다면?” 따위의 시덥잖은 이야기를 나눴다. 이번 취재 준비를 하며 종달리 마을에 대해 처음 알았다. 장기 여행자들이 꼭 추천하는 곳이기도 한 종달리는 지미봉 아래 있는 마을로, 조용하고 한적하지만 바다가 옆에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아기자기한 소품 가게와 식당 등도 있으니 구경을 위해 여유롭게 계획을 짜는 것이 좋다. 해안 길을 걷다 목화 휴게소에 들러 잠시 배낭을 내려놓았다. 한숨 돌리고 나니 빗줄기가 거세졌다. 성산일출봉까지 걸어야 했기에 발걸음을 재촉했다. 성산일출봉에 도착해서 우리는 정상에 오를 것인지를 놓고 회의를 한참 동안 했다. 해가 지기 전 광치기해변으로 가서 사이트를 구축해야 했기에 정상은 포기하고 아래에서 성산일출봉을 올려다봤다. 유명한 관광 명소인 만큼 각자가 갖고 있는 추억도 공유했다. 다음에 다시 이곳을 찾는다면 오늘을 또다시 떠올리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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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레 패스포트를 구매하면 안내소에서 1코스 시작 지점 스탬프를 찍어주니 시흥초등학교에서 바로 시작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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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미오름 정상에서 알오름으로 넘어가는 길. 산책로와 도로 등 전 구간이 포장돼 있어 쉽게 걸을 수 있다.
    우리는 등산화를 신었지만, 운동화를 신고 걸어도 거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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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달리 해변을 지나 해안로를 걷는 중. 이쪽 도로를 걷다가 목화휴게소를 만날 수 있는데,
    이곳에서 바다를 내다보며 맥주와 한치를 꼭 맛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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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올레길 지점에 있는 리본 표지. 오래 걷다 보면 저 리본 표지가 반가워지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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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치기해변에 도착해 사이트를 구축했다. 캠핑 테이블과 체어를 가장 먼저 펴고 텐트의 위치를 맞췄다.
TIP!

제주 올레 공식 안내소

말미오름 입구 바로 밑에 자리한 제주 올레 공식 안내소. 제주 올레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선생님들이 있다. 탄생과 역사에 관한 설명도 듣고, 올레길에 대한 다양한 자료도 있으니 들러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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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디터 박진명
  • 사진 손동주(스튜디오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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