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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THE ROAD

녹색 소비 지대

01

제로 웨이스트

아시아 > 대한민국

발행 2020년 09월 호

희망은 앞으로 바뀔 미래가 아니라 현재 우리의 삶에 있다. 제로 웨이스트의 시작 혹은 실천에 도움과 희망이 되는 숍.

이제 북극곰이 아닌 ‘인간’의 일

지구가 병들었다. 20년 전 스케치북에 밀레니엄 2000년을 맞이해 ‘20년 후 우리’ 따위의 주제로 하늘을 나는 자동차나 로봇이 해주는 음식 등의 그림을 그린 기억이 있다. 딱 20년 후 어른이 된 우리가 실제로 겪는 건 바이러스 창궐과 50일 동안의 장마일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지구가 확실히 아프다. 이제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 대신 ‘기후 위기’라는 한층 자극적인 단어가 쓰인다. 저위도에 사는 사람들을 ‘기후 난민’이라고 칭하고, ‘기후 악당(Climate Villain)’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지구온난화 가해국이라고 지목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산화탄소 배출량 세계 7위, 대기 질은 OECD 36개국 중 35~36위, 기후변화대응지수가 61개국 가운데 58위를 차지하는 등 여러 지표에서 꼴찌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지구가 녹아 북극곰의 생명이 위험해요”라며 본 적도 없는 북극곰에 대한 연민의 감정을 가질 때는 지났다는 말이다. 기후 위기는 이제 인간의 삶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다가와 우리 목을 옥죄고 있다.
하지만 이런 무시무시한 단어들을 나열해 심각성을 인지하라고, 우리 이럴 때가 아니라고 화만 잔뜩 내고 싶지 않았다. 큰 반성에서 이어지는 작은 변화가 어떠한 미래를 그리는지 희망찬 모습을 담고 싶었다. 그리고 그것이 실제로 가능했던 이유는 이번 취재에서 만난 사람들 덕이다. 나의 실천이 나를, 그리고 우리를 위한 일이라 믿고 눈에 보이진 않지만 더 나은 삶을 상상하며 초석을 부지런하고 단단하게 다지고 있는 사람들과 그들의 공간을 만났다. 이들이 권장하는 생활 밀착형 제로 웨이스트 실천과 그 지속성이 그리 불편하고 어려운 일일까 묻는다면 결코 아니다. 너무나도 쉽고 흔하게 쓰이는 빨대나 티슈의 사용량을 줄이고 장바구니와 다용기를 이용해 장을 보고 일주일에 한 번은 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등 편리와 욕망을 조금씩 줄이면 제로 웨이스트는 허무맹랑하고 유난스러운 남 일이 아니었다.
또 일회용품에 대한 경각심과 제로 웨이스트에 대한 인식도 꽤나 빠르고 효과적으로 번지고 있다. 텀블러를 챙기는 건 이제 당연한 일이 됐고, 카페에서 디저트를 테이크 아웃할 때 용기를 직접 준비해 온다거나 조금 더 나아가 우유팩이나 커피 찌꺼기 등 자원화할 수 있는 원료를 가지고 일부러 재활용 센터를 찾아가는 등 많은 사람이 의식적으로 행동하고 있다. 제로 웨이스트 활동을 삶에 적용하고자 하는 각고의 노력과 열정은 뜨겁지만 되레 그에 따른 공급 인프라가 부족할 따름이다.
최전선에 서 있는 이들과 연대하고 단합하려는 시도, 그렇게 생기는 아주 작은 변화가 결국 사회의 선순환에 가장 큰 기여를 한다. 그게 또 거창한 건 아니고, 내가 지금 취하는 편안함이 어딘가 불편하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것 역시 제로 웨이스트 실천의 시작이다.
  • 에디터 박진명
  • 사진 손동주 (스튜디오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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