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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THE ROAD

해방촌 느릿느릿 걷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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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본 적 없는 시간을 경험하는 방법

아시아 > 대한민국 > 서울

발행 2020년 08월 호

해방촌을 느리게 걷고 싶은 이유는 단 하나. 오랫동안 이곳에 나의 뿌리가 박혀 있는 양 편안한 옷차림으로 거리를 활보하고 싶어서다. 느긋한 리듬을 찾기 위해 다시 들른 해방촌에서 둘러봐야 할 곳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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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백 안에서 반짝이는 구두, 흰

굽이굽이 돌아 들어선 골목길, 따뜻한 나무 색의 대문 옆에 쓰인 ‘흰’이라는 글자를 발견한다면, 구두와 그림책을 작업하는 ‘흰’에 잘 도착한 것. 2017년 론칭한 흰(heenn)은 발음마저 여리고 조심스럽지만, 간결함과 여유라는 디자인 철학을 담은 구두 브랜드다. 이 공간은 그림책을 그리는 언니와 함께 사용하는 작업실이자 쇼룸이다. 온라인에서 구매할 수 있는 경로가 많이 있지만 직접 신어보고 디자이너와 구두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흰이라는 이름은 일본 유명 디자이너 하라 겐야의 책에서 영감을 받았다. “공백 안에서 하나의 점을 찍는 것은 디자이너가 가져야 할 신중한 태도다”라는 구절이 특히나 인상적이었다. 디자이너는 유행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직업이지만 나만의 중심을 잡고 계속해서 요소를 덜어내는 것 또한 디자이너가 해야 할 일이라는 데 깊이 공감했다고. 또, 흰은 디자인에 맞게 각기 다른 가죽을 사용하고 있지만 식물성 염료로 가공하는 배지터블 가죽을 주로 쓴다. 사용자의 발볼의 넓이나 굽의 높이를 조정해 주문 제작도 한다. 이렇듯 흰은 사용자의 편리성을 최우선으로 한 심플한 디자인에 성수동 구두 장인의 솜씨를 담았다. 디자이너의 생각과 마음을 오롯이 담은 구두 한 켤레는 온기를 전하기 충분하다.
location
서울 용산구 소월로20길 67 1F
tel
010-8777-5922
website
www.heenn.co.kr
02

재치 가득한 공간의 깊이, 와일드덕칸틴

와일드덕칸틴은 특정 지역을 지향하지 않는다. 다만, 영국 런던이나 프랑스 파리에 있는 어느 시골 동네의 분위기를 담고 싶었다. 메뉴의 40%를 이스라엘 요리로 구성하는 것, 그리고 흰 벽과 천장을 뒤덮는 나무 말고는의도한 바 없이 그저 여기서 함께 일하는 직원들이 좋아하는 것들로 채웠다. 또 테라스 공간을 줄이고 내부 면적을 늘렸다. 사람들은 낮이고 밤이고 그 좁은 테라스에 서서 울타리에 술잔과 안주를 올려두고 시간과 공간을 즐긴다. 와인이 잔뜩 있는 내부 공간에는 등받이 없는 의자를 배치했으며, 정성스레 슈트를 갖춰 입은 소믈리에는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는 테이블이 10개가 넘는 레스토랑에서 가정용 버너로 요리를 만든다. 이렇듯 와일드덕칸틴은 ‘이래야 한다’고 사회가 정해 놓은 틀을 자꾸만 뒤집는다. 이 공간이 편안하게 느껴진 건 그래서일까. 대표 메뉴로는 고기를 두툼하게 썰어 통후추를 넉넉하게 뿌려 구운 페퍼스테이크와 이스라엘 요리에서 영감을 받은 컬리플라워가 있다. 컬리플라워는 자칫 강할 수도 있는 향신료의 맛을 중화시키기위해 치즈를 가미했다.
location
서울시 용산구 신흥로 33
tel
010-4799-1124
info
페퍼스테이크 2만3000원, 컬리플라워 1만 7000원
  • 에디터 박진명
  • 사진 손동주(스튜디오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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