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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나의 거제

드라이브 코스 01

외포항-구조라 해수욕장

아시아 > 대한민국 > 거제도

발행 2020년 08월 호

거제의 북동쪽 해안을 달리는 코스로, 외포항, 옥포항, 지세포항을 지나면 구조라 해수욕장이 나온다.
총 26km의 길이로 쉬지 않고 달리면 구조라 해수욕장까지 30분 정도 소요된다.

어쩌면 가장 ‘거제다운’ 곳, 매미성

외포항에서 10분 정도 위로 올라가면 있는 매미성에 가장 먼저 발을 내디뎠다. 여수공항에서부터 차로 꼭 2시간 만이다. 지금은 인스타그래머블한 장소로 젊은 층의 방문율이 높은 편이지만 마냥 즐겁게 구경할 만한 곳은 아니다. 2003년 9월, 부산부터 이곳 거제까지 꽤나 넓은 지역을 강타한 태풍 매미로 약 1984m2의 농작물이 쓸려 내려가고 토사가 무너져버렸다. 그때 피해를 본 텃밭의 농부는 또 태풍이 올 것을 염려해 무너진 토사 경계 면에 무려 16년 6개월 동안 제방을 쌓아 올렸다. 그것이 바로 오늘날의 매미성인 것. 처음엔 그저 제방의 용도로 시멘트 콘크리트 벽돌 등으로 단단하게 쌓았으나 점차 미관을 고려해 화강암으로 바꿨다고 전해진다. 마치 바닷가에 있는 작은 성 같기도 하고 망루에서 바라보는 작은 몽돌 해변과 마을 풍경이 이국적이라 사진 찍기 좋은 명소로 자리 잡았다.
location
경남 거제시 장목면 복항길

오로지 자연이 빚어낸 소리길, 샛바람소리길

외포항을 지나 굽이 굽이 해안도로를 따라 구조라 해수욕장까지 내려왔다. 구조라 해수욕장을 등진 한적한 마을의 샛바람소리길을 오르기 위해서였다. 샛바람은 ‘봄에 부는 바람’이라는 뜻을 지닌 뱃사람의 은어다. 신우대(볏과에 속한 여러해살이 식물)가 높이 솟다 서로 뒤엉켜 길을 만들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우거진 신우대가 스치는 소리가 ‘솨아아’ 하고 들렸다.
샛바람소리길 입구에 사투리로 적힌 안내문을 경상도 네이티브 스피커인 손동주 실장이 맛깔나게 읊조렸다. “옛날에 겁이 억수로 많은 아들은 여 있는 시릿대 밭에 거시기해서 들가지도 못했는데…샛바람에 한 매친, 아이 귀신들이 울어대는 거 맨커로 등골이 오싹해지가꼬 엄청시리 겁났네요.” 우중충한 날씨가 한몫했을까. 사람 키의 두 배는 족히 넘는 신우대가 만든 소리길을 마치 비밀의 숲을 걷는 것처럼 조심스레 걸었다. 샛바람소리길은 구릉의 밭과 밭을 구분하는 기능을 하기도 하고 샛바람을 막는 방풍벽 역할도 한다.
아쉬운 건 길이가 짧다는 것밖에 없는 샛바람소리길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거제의 비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구조라성에 다다른다. 구조라성은 조선 시대 때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축조된 산성이다. 왜적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도록 마을을 내려다볼 수 있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그때 그 시절, 다급했던 전쟁 상황을 떠올릴 수 없을 만큼 지금은 평화만이 가득하다. ‘날만 좋았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이 자체로도 아름답다.
location
경남 거제시 일운면 구조라리 4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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