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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2020년 05월 호
청록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호수와 시원하게 부서지는 폭포.
연둣빛 나뭇잎 사이로 불어오는 청량한 바람. 크로아티아의 숲엔 요정이 산다.
연둣빛 나뭇잎 사이로 불어오는 청량한 바람. 크로아티아의 숲엔 요정이 산다.

달마시아 북중앙, 시베니크-크닌주(Šibenik-Knin County)에는 요정이 나오는 숲이 있다. 109km2에 이르는 크르카강(Krka River)과 그 지역 일대를 포함하는 크르카 국립공원(Krka Nacionalni Park)이 그것. 카르스트강의 신비와 아름다운 대자연이 조화를 이룬 보석 같은 곳이다. 공원은 트래버틴 현상에 의해 변형된 독특한 지형을 보이는데, 트래버틴이란 온천수가 석회암 지대를 지날 때 지반의 칼슘 성분이 지하에서 밀고 올라와 단상지를 만든 현상을 말한다. 트래버틴 현상의 대표적인 예가 미국의 옐로스톤 국립공원이다. 사실 트래버틴 현상 자체가 특이한 것은 아니다. 크르카 국립공원이 특별한 이유는 그러한 지형 변화의 결과가 강에 계곡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크르카 국립공원 안에는 약 860종의 식물과 222종의 새, 그리고 다양한 파충류와 동물이 서식하고 있다. 크르카 국립공원은 종종 플리트비체 호수와 비교되기도 하는데, 플리트비체 호수가 ‘동화 같은 자연미’를 선사한다면, 크르카 국립공원은 ‘자연이 전하는 숭고함’을 전한다. 공원은 자연, 문화, 역사라는 테마와 함께 다섯 개의 구역으로 나뉜다. 이 중 가장 많은 방문객이 찾는 곳이 스크라딘스키부크(Skradinski Buk)로, 크르카강이 일궈낸 환상적인 계곡을 만날 수 있다.
숲이 뿜어내는 가벼운 공기를 마시며 걷다 보면 어느새 계곡의 밑자락에 도달하는데, 이곳이 스크라딘스키부크의 하이라이트다. 벌써부터 뜨거워진 태양에 더위를 식히러 나온 여행객과 시민들이 에메랄드빛 물속에 한데 뒤엉켜 있었다. 국립공원에서의 휴가라. 상식적으로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관계자들은 전혀 걱정 없는 눈치다. “사람들이 계곡을 즐기러 오는 계절은 여름에 집중된다. 방뇨에 의한 오염이 우려되긴 하지만, 1년 중 겨우 두 달이다. 사람들이 빠져나간 나머지 열 달 동안 자연은 충분히 스스로를 정화시킬 능력이 있다.” 그들은 사람을 믿고 자연을 믿고 있었다. 크로아티아 사람들은 크르카 국립공원을 ‘여성’으로 대한다. 직접 마주하고 대화하기 전까지 절대 그 속을 알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우스갯소리지만 사실이다. 빛의 양에 따라 하루에도 몇 번씩 모습을 달리하고, 사계절에 따라 분위기가 극적으로 바뀌는 크르카 국립공원은 비너스보다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여성적인 자연이다.
크르카 국립공원과 함께 크로아티아를 대표하는 국립공원은 플리트비체 호수 국립공원(Plitvice Lakes National Park)이다. 화려한 액세서리를 온몸에 두른 듯 공원 전체가 눈이 부실 정도로 반짝거리는 곳.플리트비체 호수 국립공원은 1979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크로아티아의 자랑이다. 중세 시대가 남긴 훌륭한 역사적 기념물로도 이미 충분한 복을 받은 것 같은데, 자연까지 유네스코의 보호를 받는다고 하니 샘이 날 정도다.
크르카 국립공원이 자연을 감상하는 데 핵심이 있다면, 플리트비체 호수 국립공원은 ‘즐길 수 있는 자연’을 선사한다. 여름이 되면 이곳 국립공원에는 여행객들뿐 아니라 크로아티아 전역에서 휴가객들이 찾아온다. 갑작스러운 변화가 아니다. 크로아티아 최초의 공원으로 일찍부터 국민들의 놀이 공간이자 휴식처였다. 그만큼 다른 공원에 비해 레저 시설 정비가 잘돼 있다. 하이킹과 사이클링, 조정, 전기 보트 타기 등 국립공원은 금세 테마파크로 변신한다. 고즈넉한 가을에는 도심의 소음과 일상의 스트레스를 피해 온 사람들을 위한 고요한 명상처가 돼주고, 겨울에는 스키장으로 바뀐다. 그야말로 보고 즐기고 누리는 자연이다. 플리트비체 호수 국립공원 역시 크르카 국립공원과 같은 카르스트 지형으로 이뤄져 있다. 세월의 풍화작용과 물의 무게에 못 이겨 무너져 내린 지반 때문에 호수는 층층이 계단을 이루었다. 더욱 신기한 것은 호수 밑에 자라고 있는 소나무다. 투명한 에메랄드빛 물 아래로 구불구불 휘어진 소나무는 자꾸 봐도 신비로운 장면이다. 사실 소나무가 실제로 자라고 있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 어쩌면 단지 빠진 것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호수 옆에서 자라는 소나무는 물 때문에 뿌리가 잘 썩는다. 그러다 보니 물살이 조금이라도 세지면 금방 꺾여버린다. 호수는 계절에 따라 수량이 늘었다 줄었다 하는데, 늘어난 수량은 이렇게 꺾인 소나무를 쓸고 다니다 장애물이 있는 곳에 이르러 비로소 내려놓는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곳에는 또 다른 물에 쓸려온 소나무가 쌓이고 쌓여 둑이 생긴다. 이런 둑은 한 곳이 아닌 여러 곳에 만들어졌고 결국 지금 같은 형태의 계단이 생겨났다. 현재 호수는 16개의 층을 이루었고, 이것이 바로 ‘열여섯 개의 진주(Sixteen Pearls)’라 불리는 호수다.
호수를 제대로 감상하려면 꼭대기에 해당하는 라부도바츠(Labudovac Falls)에 올라 전체를 내려다보는 것이 좋다. 호수는 여름에 가장 맑은 청록빛을 띤다. 호수의 물빛은 계절에 따라 변하는데, 태양의 각도와 양에 따라 물속의 미네랄과 유기물이 조정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원리로 호수는 영롱한 초록색부터 파란색, 심지어 잿빛 푸른색을 띨 때도 있다. 플리트비체 호수의 사계절을 보고 있으면 자연의 생명력이 또렷이 느껴진다.
크르카 국립공원 안에는 약 860종의 식물과 222종의 새, 그리고 다양한 파충류와 동물이 서식하고 있다. 크르카 국립공원은 종종 플리트비체 호수와 비교되기도 하는데, 플리트비체 호수가 ‘동화 같은 자연미’를 선사한다면, 크르카 국립공원은 ‘자연이 전하는 숭고함’을 전한다. 공원은 자연, 문화, 역사라는 테마와 함께 다섯 개의 구역으로 나뉜다. 이 중 가장 많은 방문객이 찾는 곳이 스크라딘스키부크(Skradinski Buk)로, 크르카강이 일궈낸 환상적인 계곡을 만날 수 있다.
숲이 뿜어내는 가벼운 공기를 마시며 걷다 보면 어느새 계곡의 밑자락에 도달하는데, 이곳이 스크라딘스키부크의 하이라이트다. 벌써부터 뜨거워진 태양에 더위를 식히러 나온 여행객과 시민들이 에메랄드빛 물속에 한데 뒤엉켜 있었다. 국립공원에서의 휴가라. 상식적으로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관계자들은 전혀 걱정 없는 눈치다. “사람들이 계곡을 즐기러 오는 계절은 여름에 집중된다. 방뇨에 의한 오염이 우려되긴 하지만, 1년 중 겨우 두 달이다. 사람들이 빠져나간 나머지 열 달 동안 자연은 충분히 스스로를 정화시킬 능력이 있다.” 그들은 사람을 믿고 자연을 믿고 있었다. 크로아티아 사람들은 크르카 국립공원을 ‘여성’으로 대한다. 직접 마주하고 대화하기 전까지 절대 그 속을 알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우스갯소리지만 사실이다. 빛의 양에 따라 하루에도 몇 번씩 모습을 달리하고, 사계절에 따라 분위기가 극적으로 바뀌는 크르카 국립공원은 비너스보다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여성적인 자연이다.
크르카 국립공원과 함께 크로아티아를 대표하는 국립공원은 플리트비체 호수 국립공원(Plitvice Lakes National Park)이다. 화려한 액세서리를 온몸에 두른 듯 공원 전체가 눈이 부실 정도로 반짝거리는 곳.플리트비체 호수 국립공원은 1979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크로아티아의 자랑이다. 중세 시대가 남긴 훌륭한 역사적 기념물로도 이미 충분한 복을 받은 것 같은데, 자연까지 유네스코의 보호를 받는다고 하니 샘이 날 정도다.
크르카 국립공원이 자연을 감상하는 데 핵심이 있다면, 플리트비체 호수 국립공원은 ‘즐길 수 있는 자연’을 선사한다. 여름이 되면 이곳 국립공원에는 여행객들뿐 아니라 크로아티아 전역에서 휴가객들이 찾아온다. 갑작스러운 변화가 아니다. 크로아티아 최초의 공원으로 일찍부터 국민들의 놀이 공간이자 휴식처였다. 그만큼 다른 공원에 비해 레저 시설 정비가 잘돼 있다. 하이킹과 사이클링, 조정, 전기 보트 타기 등 국립공원은 금세 테마파크로 변신한다. 고즈넉한 가을에는 도심의 소음과 일상의 스트레스를 피해 온 사람들을 위한 고요한 명상처가 돼주고, 겨울에는 스키장으로 바뀐다. 그야말로 보고 즐기고 누리는 자연이다. 플리트비체 호수 국립공원 역시 크르카 국립공원과 같은 카르스트 지형으로 이뤄져 있다. 세월의 풍화작용과 물의 무게에 못 이겨 무너져 내린 지반 때문에 호수는 층층이 계단을 이루었다. 더욱 신기한 것은 호수 밑에 자라고 있는 소나무다. 투명한 에메랄드빛 물 아래로 구불구불 휘어진 소나무는 자꾸 봐도 신비로운 장면이다. 사실 소나무가 실제로 자라고 있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 어쩌면 단지 빠진 것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호수 옆에서 자라는 소나무는 물 때문에 뿌리가 잘 썩는다. 그러다 보니 물살이 조금이라도 세지면 금방 꺾여버린다. 호수는 계절에 따라 수량이 늘었다 줄었다 하는데, 늘어난 수량은 이렇게 꺾인 소나무를 쓸고 다니다 장애물이 있는 곳에 이르러 비로소 내려놓는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곳에는 또 다른 물에 쓸려온 소나무가 쌓이고 쌓여 둑이 생긴다. 이런 둑은 한 곳이 아닌 여러 곳에 만들어졌고 결국 지금 같은 형태의 계단이 생겨났다. 현재 호수는 16개의 층을 이루었고, 이것이 바로 ‘열여섯 개의 진주(Sixteen Pearls)’라 불리는 호수다.
호수를 제대로 감상하려면 꼭대기에 해당하는 라부도바츠(Labudovac Falls)에 올라 전체를 내려다보는 것이 좋다. 호수는 여름에 가장 맑은 청록빛을 띤다. 호수의 물빛은 계절에 따라 변하는데, 태양의 각도와 양에 따라 물속의 미네랄과 유기물이 조정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원리로 호수는 영롱한 초록색부터 파란색, 심지어 잿빛 푸른색을 띨 때도 있다. 플리트비체 호수의 사계절을 보고 있으면 자연의 생명력이 또렷이 느껴진다.
- 플리트비체 국립공원(Plitvice Lakes National Park)
- location
- Plitvička jezera, HR 53231
- tel
- +385-53-751-015
- info
- 운영시간 07:00~18:00
- website
- www.np-plitvicka-jezera.hr
- 크르카 국립공원(Krka National Park)
- location
- Trg Republike Hrvatske 2, Šibenik 22000
- tel
- +385-22-201-777
- website
- www.npkrka.hr
크로아티아 여행은 렌터카로
크로아티아를 여행하는 데 렌터카보다 훌륭한 교통수단은 없다. 물론 도시 간 버스와 기차도 운행하고 있지만, 운행 편수가 적고 시간도 오래 걸려 비효율적이다. 2~4명 정도라면 렌터카를 추천한다. 대도시는 물론 아드리아 해안의 작은 도시까지 모두 둘러볼 수 있다. 크로아티아의 도로 사정이 양호하고 교통량도 많지 않아 초보 운전자도 문제없다. 한국에서 해외 렌터카 사이트를 통해 예약하면, 자그레브 국제공항에서 렌터카를 인도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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