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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2020년 05월 호
빙하가 흘러 만들어낸 에메랄드빛 호수, 만년설을 머리에 인 채 뾰족하게 솟은 마테호른.
체어마트를 보지 않고서야 스위스를, 그리고 알프스를 안다고 할 수 있을까.
체어마트를 보지 않고서야 스위스를, 그리고 알프스를 안다고 할 수 있을까.

체어마트는 1865년 영국 등반가 에드워드 윔퍼가 세계 최초로 정복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400km가 넘는 하이킹로와 360km 이상의 스키 슬로프가 있는 체어마트는 마테호른을 조망할 수 있는 다양한 루트를 가지고 있다. 5개의 그림 같은 호수를 만날 수 있는 ‘로트호른 파라다이스’, 100년 넘은 산악열차가 다니는 ‘고르너그라트’, 해발 3883m의 유럽 최고(最高) 전망대 ‘마테호른 글레이셔 파라다이스’ 등 체어마트 곳곳에서 마테호른을 만날 수 있다. 해발 3000m를 넘나드는 고산의 공기는 청량하다 못해 달큼하다.
마테호른을 가까이에서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방법은 바로 하이킹. 체어마트 역에서 푸니쿨라를 타고 5분 정도 오르면, 체어마트 하이킹의 첫 관문 수네가(Sunnegga)에 닿는다. 수직에 가까운 어두컴컴한 지하 통로를 빠른 속도로 올라가는데, 고도로 인해 귀가 먹먹해진다. 저 멀리 터널 끝에서 실오라기 같은 한줄기 빛이 비치는데, 알프스 명봉을 만난다는 기대감에 발을 동동 구르게 된다. 어둠을 뚫고 나온 곳은 체어마트 하이킹의 첫 관문인 해발 2288m의 수네가. 마테호른을 눈높이에서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로 이곳에 서면 저절로 감탄사가 터져나온다. 하지만 산을 오르면 오를수록 마테호른을 다각도로 볼 수 있으니 너무 오랜 시간을 지체하진 말자. 수네가에서 곤돌라를 타고 블라우헤르트(Blauherd) 역에서 내리면 드디어 체어마트 하이킹이 시작된다. 슈텔리 호수에서 출발해 그린드예 호수와 그륀 호수, 무스이예 호수, 라이 호수를 거쳐 수네가로 돌아오면 된다. 보통 2~3시간 걸리는데, 하이킹로 곳곳이 ‘인생사진’ 포인트라, 멈춰 서서 사진을 찍다 보면 시간이 금세 흐른다.
이 중 슈텔리 호수(Stellise)는 체어마트 5개 호수길 중 가장 인기 있는 하이라이트 구간. 호수가 잔잔하고 투명해 마치 거대한 거울을 보는 듯하다. 운 좋게도 바람이 불지 않으면 완벽한 반영을 만날 수 있다. 호수 끄트머리에 서면, 물에 비친 마테호른의 웅장한 자태가 데칼코마니처럼 겹쳐 보인다. 너럭바위에 앉아 조용히 눈을 감으면 마테호른의 정기가 온몸 세포에 스며드는 느낌이다. 마테호른의 영험한 기운과 신비로움을 한 번에 느낄 수 있는 순간이다. 신이 숨겨둔 히든 레이크, 그린디예 호수(Grindjisee)에 가면 냇물 흐르는 소리만 들릴 뿐, 좌우를 살펴도 호수가 보이지 않는다. 절벽 아래를 내려다보니, 맑고 영롱한 그린디예 호수가 숨은 듯 자리해 있다. 서둘러 절벽 아래로 내려가니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다. 마테호른과 시선을 맞추고 범상치 않은 요가 자세로 산의 정기를 받고 있다. 하늘로 삐죽 솟은 나무는 호수를 병풍처럼 빙 둘렀는데, 마테호른을 가리지 않을 만큼 알맞게 자랐다. 산에서 내려온 물은 얼음장처럼 차가운데, 1분도 버티기 힘들 정도다.
해발 2140m에 오르면 땅을 깊이 파 빙하수로 채운 무스이예 호수(Moosjisee)를 만날 수 있다. 에메랄드 물감을 풀어놓은 듯 햇살에 영롱하게 빛나는 모습이 신비로운데, 눈썰미 있는 사람이라면 인공 호수란 걸 금방 알아챌 수 있다. 호숫가에 물탱크 같은 작은 가건물이 인공미를 풍기지만, 하이킹 중 잠시 쉬어가기에 부족함이 없다. 가족을 위한 쉼터, 라이 호수(Leisee)를 지날 땐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저절로 발길이 멈춘다. 호수길 하이킹의 마지막 코스로 유독 가족 여행객이 많은 것. 줄로 연결된 뗏목을 비롯해 시소, 목마 등의 간단한 놀이기구를 갖추고 있다. S자로 구불구불 휘어진 나무 의자에 누워 한가롭게 일광욕을 즐겨도 좋다. 온몸의 긴장과 트레킹의 피로가 풀리는 기분이다.
마테호른을 한 걸음 더 가까이서 보고 싶다면, 해발 3089m의 고르너그라트(Gornergrat)에 오를 것. 해발 1602m의 체어마트 역에서 산악열차인 고르너그라트 열차(Gornergrat Bahn)를 타면 핀델바흐, 리펠알프, 리펠베르그 역을 지나 해발 3089m의 고르너그라트 전망대까지 오를 수 있다. 시간은 30분 정도 걸리는데, 창문을 반쯤 열면 알프스의 차고 알싸한 공기가 뺨을 스치고 간다. 마테호른을 지척에서 보려면 오른쪽에 앉는 게 포인트. 고르너그라트 전망대 입구에선 체어마트의 마스코트, 볼리(Wolli)가 여행자를 반갑게 맞아준다. 고르너그라트 전망대에 서면, 발아래 구름이 두둥실 떠 있고, 몬테로사를 비롯해 해발 4000m가 넘는 29개의 알프스 명봉을 파노라마로 감상할 수 있다. 설산에 둘러싸인 고르너그라트는 사방에서 바람이 불어 패딩을 껴입어도 몸의 한기가 가시질 않는다. 이때 가장 필요한 건 따뜻한 국물. 다행히 고르너그라트 역에선 한국의 컵라면을 판매한다. 한쪽에선 고르너그라트에 오른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스탬프와 인증서도 놓여 있다. 고르너그라트를 발끝으로 느껴보고 싶다면 리펠베르크나 리펠 알프 등 간이역에 내려 한 구간 정도 하이킹해도 좋다.
마테호른을 가까이에서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방법은 바로 하이킹. 체어마트 역에서 푸니쿨라를 타고 5분 정도 오르면, 체어마트 하이킹의 첫 관문 수네가(Sunnegga)에 닿는다. 수직에 가까운 어두컴컴한 지하 통로를 빠른 속도로 올라가는데, 고도로 인해 귀가 먹먹해진다. 저 멀리 터널 끝에서 실오라기 같은 한줄기 빛이 비치는데, 알프스 명봉을 만난다는 기대감에 발을 동동 구르게 된다. 어둠을 뚫고 나온 곳은 체어마트 하이킹의 첫 관문인 해발 2288m의 수네가. 마테호른을 눈높이에서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로 이곳에 서면 저절로 감탄사가 터져나온다. 하지만 산을 오르면 오를수록 마테호른을 다각도로 볼 수 있으니 너무 오랜 시간을 지체하진 말자. 수네가에서 곤돌라를 타고 블라우헤르트(Blauherd) 역에서 내리면 드디어 체어마트 하이킹이 시작된다. 슈텔리 호수에서 출발해 그린드예 호수와 그륀 호수, 무스이예 호수, 라이 호수를 거쳐 수네가로 돌아오면 된다. 보통 2~3시간 걸리는데, 하이킹로 곳곳이 ‘인생사진’ 포인트라, 멈춰 서서 사진을 찍다 보면 시간이 금세 흐른다.
이 중 슈텔리 호수(Stellise)는 체어마트 5개 호수길 중 가장 인기 있는 하이라이트 구간. 호수가 잔잔하고 투명해 마치 거대한 거울을 보는 듯하다. 운 좋게도 바람이 불지 않으면 완벽한 반영을 만날 수 있다. 호수 끄트머리에 서면, 물에 비친 마테호른의 웅장한 자태가 데칼코마니처럼 겹쳐 보인다. 너럭바위에 앉아 조용히 눈을 감으면 마테호른의 정기가 온몸 세포에 스며드는 느낌이다. 마테호른의 영험한 기운과 신비로움을 한 번에 느낄 수 있는 순간이다. 신이 숨겨둔 히든 레이크, 그린디예 호수(Grindjisee)에 가면 냇물 흐르는 소리만 들릴 뿐, 좌우를 살펴도 호수가 보이지 않는다. 절벽 아래를 내려다보니, 맑고 영롱한 그린디예 호수가 숨은 듯 자리해 있다. 서둘러 절벽 아래로 내려가니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다. 마테호른과 시선을 맞추고 범상치 않은 요가 자세로 산의 정기를 받고 있다. 하늘로 삐죽 솟은 나무는 호수를 병풍처럼 빙 둘렀는데, 마테호른을 가리지 않을 만큼 알맞게 자랐다. 산에서 내려온 물은 얼음장처럼 차가운데, 1분도 버티기 힘들 정도다.
해발 2140m에 오르면 땅을 깊이 파 빙하수로 채운 무스이예 호수(Moosjisee)를 만날 수 있다. 에메랄드 물감을 풀어놓은 듯 햇살에 영롱하게 빛나는 모습이 신비로운데, 눈썰미 있는 사람이라면 인공 호수란 걸 금방 알아챌 수 있다. 호숫가에 물탱크 같은 작은 가건물이 인공미를 풍기지만, 하이킹 중 잠시 쉬어가기에 부족함이 없다. 가족을 위한 쉼터, 라이 호수(Leisee)를 지날 땐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저절로 발길이 멈춘다. 호수길 하이킹의 마지막 코스로 유독 가족 여행객이 많은 것. 줄로 연결된 뗏목을 비롯해 시소, 목마 등의 간단한 놀이기구를 갖추고 있다. S자로 구불구불 휘어진 나무 의자에 누워 한가롭게 일광욕을 즐겨도 좋다. 온몸의 긴장과 트레킹의 피로가 풀리는 기분이다.
마테호른을 한 걸음 더 가까이서 보고 싶다면, 해발 3089m의 고르너그라트(Gornergrat)에 오를 것. 해발 1602m의 체어마트 역에서 산악열차인 고르너그라트 열차(Gornergrat Bahn)를 타면 핀델바흐, 리펠알프, 리펠베르그 역을 지나 해발 3089m의 고르너그라트 전망대까지 오를 수 있다. 시간은 30분 정도 걸리는데, 창문을 반쯤 열면 알프스의 차고 알싸한 공기가 뺨을 스치고 간다. 마테호른을 지척에서 보려면 오른쪽에 앉는 게 포인트. 고르너그라트 전망대 입구에선 체어마트의 마스코트, 볼리(Wolli)가 여행자를 반갑게 맞아준다. 고르너그라트 전망대에 서면, 발아래 구름이 두둥실 떠 있고, 몬테로사를 비롯해 해발 4000m가 넘는 29개의 알프스 명봉을 파노라마로 감상할 수 있다. 설산에 둘러싸인 고르너그라트는 사방에서 바람이 불어 패딩을 껴입어도 몸의 한기가 가시질 않는다. 이때 가장 필요한 건 따뜻한 국물. 다행히 고르너그라트 역에선 한국의 컵라면을 판매한다. 한쪽에선 고르너그라트에 오른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스탬프와 인증서도 놓여 있다. 고르너그라트를 발끝으로 느껴보고 싶다면 리펠베르크나 리펠 알프 등 간이역에 내려 한 구간 정도 하이킹해도 좋다.
- 수네가
- location
- Gourmetweg 5, 3920 Zermatt, Switzland
- tel
- +41-27-966-01-01
- 체어마트 5개 호수길(Zermatt 5-lake Trail)
- website
- www.zermatt.ch/ko
체어마트 하이킹의 시작점 체어마트 역 Zermatt Railway Station
체어마트 역은 스위스 산간 지방의 전통 가옥 샬레(Chalet) 스타일로 지어 평화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삼각형의 나무 지붕과 창문에 걸린 꽃 장식이 아늑한 별장 같은 느낌. 트레킹의 도시답게 체어마트 역사 안에 각종 아웃도어 의류 매장이 입점해 있으니 둘러볼 것. 기차역 앞 광장엔 체어마트 호텔에서 운영하는 전기자동차와 마차로 가득하다. 청정 마을인 체어마트에선 휘발유 차량은 진입 금지니 알아둘 것. 고르너그라트 열차만 운행하는 역은 따로 있는데, 체어마트역 맞은편 유리 건물로 돼 있어 찾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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