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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THE ROAD

느긋하게 조금씩, 문래동 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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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 대한민국 > 서울

발행 2020년 04월 호

문래동에 철공소 골목이 처음 생긴 건 1960년대. 철공업자들이 청계천에서 문래동으로 이전하면서였다. 제조업이 호황기를 맞으며 덩달아 활발해진 철공소 골목이 새로운 색채를 입게 된 것은 외환위기 이후다. 경제 불황으로 철공업의 기세가 한풀 꺾인 대신 저렴한 임대료 덕분에 청년 예술가들이 입주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는 ‘철공소 골목’이 아닌 ‘문래예술창작촌’이라 불리는 게 더 익숙해졌다. 골목마다 자리를 지키고 있는 철공소들은 여전히 위잉 소리를 내면서 창작 활동에 여념이 없는 예술가들과 공생하고 있다. 기묘한 풍경 사이로 맛집과 카페, 공방, 책방 등 매력 넘치는 공간도 들어섰다. 골목이 좁고 막다른 길이 많지만, 미로 속을 헤매듯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문래동

문래동에서 맛보는 필리핀식 만찬, 하푸난 Hapunan

으레 필리핀 요리 하면 여행지에서 맛본 바비큐가 가장 먼저 떠오를 것. 하지만 필리핀에도 우리네 김치나 불고기처럼 이색적인 전통 음식이 존재한다는 사실. 아직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대표가 오픈한 곳이 바로 필리핀 음식 전문점, 하푸난이다. 필리핀에서 6년 동안 유학 생활을 하며 필리핀의 진정한 맛과 풍미에 눈을 뜬 대표. 하푸난을 통해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생소한 필리핀 요리를 널리 알리고자 했다. 가장 인기 있는 레촌 카왈리는 삶은 돼지고기를 껍질째 튀긴 필리핀 대표 요리로, 필리핀 사람들이 잔치를 벌일 때 빼놓지 않는 음식이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해 씹는 재미가 좋은데, 사우사완 소스와 곁들여 먹으면 된다. 시니강은 타마린드의 시큼한 풍미가 매력인 필리핀 국민 수프. 신맛이 강한데도 많은 손님이 김치찌개 같은 매력에 반해 즐겨 찾는다고. 필리핀 요리에 필리핀 맥주 산미구엘이 빠질 수 없다. 페일필젠, 라이트, 애플, 네그라, 프리미엄 등 다양한 산미구엘 종류를 갖췄는데, 국내 어느 곳보다 많은 가짓수를 자랑한다고. 복층으로 구성된 공간은 필리핀의 자연 친화적인 전통 가옥 바하이 쿠보에 영감을 받은 것. 바하이 쿠보의 주재료인 대나무와 야자잎, 코코넛잎은 열대 느낌이 물씬 나는 가구와 소품, 식물 등으로 재해석됐다. 한쪽 벽에는 필리핀의 파도 치는 바다 영상이 끊임없이 재생돼, 필리핀 어느 바닷가 마을에 잠시 휴양이라도 떠나온 듯하다. 공간 곳곳에서 바다와 하늘, 숲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대표의 세심한 손길 덕분. ‘필리핀에서 날아온 편지’ 같은 느낌을 연출하기 위해 엽서 모양으로 디자인된 메뉴판도 넘겨보는 즐거움이 있다.
location
서울시 영등포구 도림로 436-1
tel
02-2675-7445
website
인스타그램 @hapunan.mullae
info
레촌카왈리 1만 8500원
  • 하푸난
  • 하푸난
  • 하푸난

구수한 빵 냄새가 솔솔, 러스트 베이커리 Rust Bakery

매일 아침 갓 구운 빵 냄새가 고소하게 풍기는 베이커리 카페. 러스트 베이커리의 대표는 빵집을 열기 위해 공간을 찾았고, 철공소가 유독 많은 문래동이 제격이라 생각했다. 매일 철공 작업으로 분주한 주변 환경을 반영해, 녹을 뜻하는 ‘러스트’를 간판에 내걸었다. 낡은 공장 건물을 쓸고 닦아 빈티지 인더스트리얼 디자인을 덧대 꿈꾸던 공간을 완성했다. 폐공장을 리모델링해 만든 베이커리는 다른 동네에도 많지만, 단순히 트렌드를 좇기보다는 좋은 재료를 사용해 건강에 좋은 빵과 디저트를 오래도록 선보이겠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크루아상처럼 얇은 층이 여러 겹 쌓여 바삭한 식감이 일품인 페이스트리 종류가 주 종목. 기본 크루아상은 물론 다양한 크루아상 응용 메뉴도 맛볼 수 있다. ‘마늘크라상’은 크림치즈를 더한 연유 크림으로 속을 채웠는데, 마늘 버터 소스를 듬뿍 머금고 오븐에서 구워져 향긋한 풍미가 감돈다. 페이스트리 외에도 스콘과 파운드케이크, 제철 과일을 올린 생크림 케이크 등 디저트 메뉴도 다양하게 준비돼 있다. ‘스모어파이’는 초콜릿 필링과 수제 마시멜로를 품은, 길티 플레저를 자극하는 파이다. 오랫동안 익힌 소고기가 들어간 비프 파이와 크림 치킨 파이는 속이 든든해지는 메뉴로 브런치 대용으로 좋다. 모든 커피 메뉴는 풍미가 강하고 고소한 맛이 나는 인텐소 블렌드와 산미가 강하고 신선한 느낌이 나는 시즈널 블렌드 등 두 가지 원두 중에 선택할 수 있다.
location
서울시 영등포구 경인로79길 15
tel
070-8805-0815
website
https://rustbakery.modoo.at
website
인스타그램 @rustbakery
info
스모어파이 5200원(1조각), 마늘크라상 4200원
  • 러스트 베이커리
  • 러스트 베이커리
  • 러스트 베이커리
  • 러스트 베이커리
  • 러스트 베이커리
  • 러스트 베이커리

은은하고 따스한 다이닝 펍, 비닐하우스 Vinyl House

익선동의 ‘식물’ ‘거북이슈퍼’를 비롯해 인간 중심의 업사이클링 공간을 선보여온 데씨 아키텍츠(Desi Architects)의 또 다른 공간. 서민 대표와 데씨 아키텍츠의 황현진 건축가가 손잡고 문래동에 다이닝 펍 겸 와인바를 오픈한 것이다. 철재 특유의 차가운 느낌이 깃든 문래동에 이색적인 분위기를 불어넣고자 비닐하우스 디자인을 선택했다. 연약하면서도 단단하고 어딘가 한국적인 정서가 담겨 있는 듯한 비닐, 즉 폴리카보네이트를 공간의 주재료로 삼은 것. 일부 외벽이 뜯겨 나간 듯 낡은 건물의 1층에 반듯한 온실이 들어선 모습은 되레 세련된 인상을 준다. 투명한 비닐을 통해 은은하게 번지는 햇살과 조명이 퍽 낭만적이다. 요리와 음료는 연령대 불문, 많은 이들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메뉴로 구성했다. 시그너처 메뉴인 바질조개술찜은 신선한 제철 조개에 향긋한 바질을 듬뿍 넣어, 술 안주로 제격이다. 바다 향이 감도는 자작한 국물에 생면을 곁들여 먹으면 속까지 든든해진다. 이 요리와 잘 어울리는 화이트와인은 포르투갈에서 건너온 줄리아 플로리스타 화이트. 낮에는 꽃을 팔고 밤에는 파도를 노래했던 전설적인 가수를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망고와 파인애플 향이 기분 좋게 감도는 상큼한 와인이다. 비닐하우스는 전시 공간이기도 해 뮤지션, 아티스트들과 다양한 컬래버레이션 작업도 벌여왔다. 최근에는 권성범, 홍정우 작가의 전시 <무표정>이 시작됐다.
location
서울시 영등포구 문래동3가 54-39
tel
02-322-2514
website
인스타그램 @vinyl__house
info
바질조개술찜 1만 6000원, 줄리아 플로리스타 화이트 3만 5000원(1병), 하우스와인 1잔 7000원
  • 비닐하우스
  • 비닐하우스
  • 비닐하우스
  • 비닐하우스
  • 비닐하우스

시와 문화를 공유하는 책방, 청색종이 BluePaper

1992년 <현대시세계>에 당선된 뒤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김태형 시인의 시집 전문 책방이다. 출판사 공간을 물색하다 독자와 만나 소통할 수 있는 책방을 열게 됐다고. 문래동의 오래된 주택 건물을 선택한 것은 저렴한 임대료 때문. 단순한 이유였다. 천장을 걷어내자 지붕을 받치고 있는 목조 구조가 드러났고, 이를 인테리어 요소로 살렸다. 덕분에 책장을 놓았을 뿐 특별한 인테리어 디자인을 한 것도 아닌데 책방 분위기가 물씬 난다. 외관은 영락없는 주택. 커다란 청색 대문이 먼저 반겨주는데, 대문에 낸 좁고 긴 유리창이 지나는 이들의 궁금증을 자아낸다. 작은 마당을 ‘잃어버린 정원’이라 부르며 시를 쓰기도 했다는 그. 청색종이에는 문래동의 예스러운 풍경과 어우러지는 편안한 분위기가 흐른다. 이곳에서는 김태형 시인이 오랜 세월 수집해 온 1000여 종의 희귀 시집을 만날 수 있다. 손님들에게 어떤 시를 추천하기보다는 눈길 가는 대로 골라 읽으라고 권하는 편. 책과 관련된 모임 활동도 꾸준히 펼치는데, ‘목요시회’와 ‘인문독회’가 대표적이다. 목요시회는 목요일마다 시를 읽는 모임이고, 인문독회는 인문학을 주제로 한 독서 모임이다. 편집 디자인 강의나 수제본 제작 강의도 열어 수강생이 직접 책을 만들 수 있도록 돕고 있다.
location
서울시 영등포구 도림로131길 17
tel
010-4327-3810
website
인스타그램 @bluepaperps
  • 청색종이
  • 청색종이
  • 청색종이
  • 에디터 이미진
  • 사진 오충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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