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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 대한민국 > 서울

발행 2014년 07월 호

가로수길 밥집

엄마의 정성으로 차려낸 집밥부터 셰프의 손끝 세련미가 돋보이는 퓨전 한식까지, 각양각색 밥집을 찾아나섰다.



24시간 활짝 열린 딸부자네 불백

달그락달그락 고기 볶는 소리가 요란하다. 코를 자극하는 양념 냄새가 동화 <피리 부는 사나이>의 피리 소리처럼 배고픈 이들을 홀린다. 딸부자네 불백의 활짝 열린 입구 바로 옆, 가스불 위에서 프라이팬을 무대 삼아 뛰노는 불백. 묘기를 부리는 듯한 셰프의 손놀림이 길 가던 이들을 불러 세운다. 대표 메뉴는 불백과 불낙곱. 주문과 동시에 돼지고기나 낙지, 곱창에 양파, 마늘을 넣고 주인장이 직접 만든 특제 소스를 뿌려 볶아준다. 적당히 익었을 때 고소한 통깨를 듬뿍 뿌리면 완성. 붉은 소스가 혀를 얼얼하게 만들 것 같지만 적당히 매콤하면서 달짝지근한 맛이 일품이다. 추억의 아이콘인 양철 도시락을 곁들이면 금상첨화. 볶은 김치와 멸치, 무말랭이가 담긴 도시락에 달걀부침을 조각내어 얹은 후 위아래 좌우로 흔들어 먹으면 맛이 아주 그만이다. 날치알도 들어 있어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식감이 재미있다. 먹고 남은 불백 양념에 달달 볶아주는 볶음밥도 인기. 국물 메뉴로는 속풀이에 좋은 소고기해장국과 라면이 준비되어 있다. 6년 전 주인장의 누나들인 ‘네 자매’가 장사를 시작, 그래서 이름도 ‘딸부자네’라고 지었다. 역삼동에 누나가 운영하는 지점이 하나 더 있다. 올빼미족을 위해 24시간 영업하는 곳이니 야식이 당기거나 아침 식사를 해결하고 싶을 때 찾으면 좋겠다.

주소_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 158길 21 / 전화_ 02-3444-3295 / 운영시간_ 24시간, 연중무휴 / 가격_ 불백 7000원, 도시락 3000원, 볶음밥 3000원




김치찌개 잘하는 집, 김북순 큰남비집

가로수길 일대에서 이미 김치찌개로 정평이 난 곳. 김치찌개, 북엇국, 순두부찌개가 유명한 집이라 앞 글자만 따서 이름도 ‘김・북・순’으로 지었다. 24시간 보글보글 끓여낸 진한 육수가 이곳 김치찌개의 비결. 젓갈을 넣은 양념으로 버무린 배추를 간이 깊이 배도록 일주일 정도 익혀서 사용한다. 겉으로 보아선 겉절이에 가깝지만 찌개로 끓이면 그윽한 맛이 애간장을 녹인다. 여기에 도톰한 돼지목살을 넣으면 완성. 완벽한 맛을 위해 오랫동안 거래한 곳에서 질 좋은 고기만 가져다 쓴다. 적당히 끓인 김치에 목살을 돌돌 말아 흰 쌀밥 위에 얹으면 ‘끝’. 여기저기서 침 넘어가는 소리가 시끄러울 정도다. 초란 뚝배기탕도 둘째가라면 서럽다. 일곱 가지 채소로 우려낸 맑은 육수와 듬뿍 넣은 해물에서 특유의 감칠맛이 우러나와 입에 착 감긴다. 고소한 날치알이 씹을 때마다 톡톡 터지니 감탄이 절로 나온다. 주인장은 가로수길 초입에서 2002년부터 10년 넘게 가게를 운영해오다 얼마 전 이곳으로 공간을 넓혀 이사 왔다. 처녀 총각 때 데이트하러 왔다가 부모가 되어 찾아오는 손님은 기본, 단골 연예인도 많다. 정성스럽고 푸짐한 요리에 정갈하게 담아내는 밑반찬까지, 이곳이 장수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주소_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2길 15 / 전화_ 02-543-9024 / 운영시간_ 월~금요일 10:30~22:00, 토요일
10:30~21:00, 일요일•공휴일 휴무 / 가격_ 목살 김치찌개 7000원, 초란 뚝배기탕 7000

김북순 큰남비집




제주의 한식을 맛보다, 산호

제주도와 통영에서 매일같이 올라오는 싱싱한 해산물로 요리를 만들어 선보이는 곳. 빈티지한 가구, 거대한 샹들리에 아래 수북이 쌓인 와인병이 고급스러운 유러피언 레스토랑을 연상케 한다. 데이트 코스로는 물론 어른들 모시기에도 좋은 한식 레스토랑이다. 주인장의 독특한 이력도 눈에 띈다. 회사에 다니면서 평범한 직장인으로 산호를 오픈한 주인장은 여전히 회사원의 삶을 살고 있다. 직업상 손님을 대접할 일이 많아 맛집을 찾아다니다가 맛있는 음식을 직접 선보이고 싶어 3년 전에 한식 레스토랑 ‘산호’를 열었다. 현지 상황에 따라 매일 선보이는 요리가 다른 것이 특징. 하루에 다섯 접시만 파는 모둠회가 가장 인기 있다. 귀하디귀하다는 미더덕회도 단골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별미. 가리비젓갈, 멍게젓갈 등 다양한 젓갈을 맛볼 수 있는 한식 반상 메뉴도 훌륭하다. 제주에서 올라온 중면으로 만드는 회국수는 여름철 인기 메뉴. 굵직한 면에 매콤새콤한 양념장이 입맛을 자극해 게 눈 감추듯 후루룩 ‘들이켜게’ 된다. 해남의 2년 숙성 묵은지를 가져다 돼지갈비와 함께 4시간 이상 조린 돼지갈비 묵은지조림도 인기. 묵은지를 길게 찢어 푹 익은 돼지갈빗살을 싸 먹으면 맛이 끝내준다.

주소_ 서울 강남구 논현로175길 111 / 전화_ 02-517-0035 / 운영시간_ 11:30~15:00, 17:30~24:00, 일요일은 디너만 가능, 명절 연휴 휴무 / 가격_ 제주도식 활어회국수 1만 3000원, 해산물 모둠회 4만 5000원, 돼지갈비 묵은지조림 3만 원

산호




가로수길 원조 밥집, 모던밥상

가로수길 귀퉁이 좁은 골목길. 호기심에 발걸음을 옮기면 거짓말처럼 아담한 정원을 품은 식당이 나타난다. 모던밥상이 이곳에 터를 잡은 건 2006년. 세련된 이탤리언 식당이며 카페가 즐비하던 이곳에 한정식집은 유일했다. 데이트를 즐기는 커플부터 인근의 직장인까지 부담 없이 들르는 밥집. 캐주얼하지만 품격도 느껴지는 곳이라 언제 누구와 찾아도 만족스럽다. 소박한 정원에는 꽃과 나무를 심어 사시사철 변하는 계절을 볼 수 있고, 나무를 주재료로 사용한 인테리어에선 따뜻한 자연미가 느껴진다. 여름철에만 선보이는 다이어트 동치미 묵밥은 여성 손님들이 가장 좋아하는 메뉴. 한우 양지머리 육수에 동치미 국물을 배합해 꼬들꼬들한 묵과 김치, 채소를 송송 썰어 넣었다. 간이 세지 않고 무엇보다 살얼음 동동 뜬 육수가 더위를 싹 잊게 해준다. 겨울철에는 육즙이 풍부한 고기로 속을 꽉 채워 보기만 해도 기운이 나고 속이 든든한 이북만두를 추천한다. 사계절 메뉴로는 우렁 강된장과 제육볶음을 곁들인 야채쌈밥이 인기. 쌈 채소와 놋그릇에 담긴 제육복음, 강된장이 깔끔하고 정갈하게 나온다. 씨알이 굵은 우렁이와 멸치가 듬뿍 들어간 강된장이 짭조름한 맛을 내고, 매콤달콤한 제육볶음도 기본 이상은 한다.

주소_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13길 32-1 / 전화_ 02-546-6732 / 운영시간_ 11:30~22:00, 명절 당일 휴무 / 가격_ 우렁 강된장과 제육볶음을 곁들인 야채쌈밥 1만 6000원, 다이어트 동치미 묵밥 1만 2000원

모던밥상




하루 100인분의 건강식, 쌀가게 BY 홍신애

일찍이 신사동의 건강한 집밥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쌀가게’는 요리연구가 홍신애의 가정식 레스토랑. 카페처럼 아기자기한 밥집에서 매일 아침 도정기계가 요란하게 굴러간다. 이곳은 직접 도정한 쌀로 밥을 지어 하루 딱 100인분만 파는 곳으로 유명하다. 현미에 가깝게 5번만 깎은 ‘오분도미’는 하얀 쌀밥보다 영양이 풍부하고, 소화가 잘된다. 메뉴는 밥과 국, 반찬 4가지로 구성된 정식(定食)이 전부. 제철 재료로 만든 국과 일일이 손으로 다져 만든 양념 불고기, 두부로 만든 쌈장과 쌈채소, 매일 조금씩 바뀌는 반찬이 한상 가득 차려진다. 소금 대신 간장으로 간을 한 저염식이 특징. 첫 입에 확 당기진 않지만 먹고 나면 입안이 깔끔하다. 주 요리를 제외한 국과 반찬은 원하는 만큼 리필도 해준다. 네모난 식판 귀퉁이에 꽂아 나오는 나무막대기는 일종의 번호표. 1에서 100까지 숫자가 적혀 있어 자신이 몇 번째 손님인지 알 수 있다. 당연히 100인분이 모두 팔리면 가게 문을 닫는다. 특히 토요일은 쉬는 시간조차 없다고 하니 서둘러 가는 게 상책. 가게 곳곳에 놓인 무료 브로슈어 <월간 홍신애>도볼거리다. 모든 사람에게 일일이 쌀의 중요성을 설명하고자 홍신애 씨가 직접 만드는 잡지다. 쌀가게에서 겪은 에피소드며 쌀과 음식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주소_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25길 37 / 전화_ 02-517-5999 / 운영시간_ 11:30~100인분 소진 시까지, 브레이크 타임 15:00~18:00, 토요일은 브레이크타임 없음 / 가격_ 쌀가게 정식 9900원 / 페이스북_ www.facebook.com/ssalgage

쌀가게 BY 홍신애




엄마의 손맛이 느껴지는 밥상, 시골밥상

저렴하고 소박한 시골밥상으로 유명한 한식당. 여름이면 가게 앞이 주렁주렁 호박 넝쿨로 무성해진다. 한쪽에 창호문 같은 나무창살문을 열고 들어 가면 홀이 나타난다. 예스러운 느낌이 물씬 나는 한글 벽지와 전등갓으로 장식된 공간. 저녁시간이 가까워지면 손님이 우르르 몰려든다. 시골밥상 정식에 더해 불고기나 오징어볶음, 북어구이 등 추가 메뉴를 주문하는 것이 보통. 엄마의 손맛이 느껴지는 13가지 반찬과 된장, 김치찌개가 나오는 정식은 둘이 먹기에도 상당한 양이다. 욕심내어 추가 메뉴까지 주문하니 판이 커졌다. 상다리 휘어지게 차려놓은 밥상을 보고 있자면 고향을 방문한 자식을 위해 이것저것 차려주는 엄마의 마음이 담긴 밥상이 떠오른다. 나물무침과 무말랭이, 멸치, 깻잎조림 등 집에서 흔히 먹을 수 있는 정겨운 반찬은 간이 딱 맞고, 돼지고기를 넣은 김치찌개와 쇠고기를 넣은 된장찌개에서도 깊은 맛이 우러난다. 메뉴판엔 주문하는 방법까지 일본어와 영어로 친절하게 적혀 있다. 보통의 재료로 만든 한국의 가정식을 맛볼 수 있는 맛집 중의 맛집이다.

주소_ 서울시 강남구 논현로175길 68 / 전화_ 02-546-1567 / 운영시간_ 10:40~22:00 / 가격_ 시골밥상 정식 7000원(2인 이상 주문 가능), 추가 메뉴는 불고기 1만2000원, 오징어볶음 9000원, 북어구이 1만 원

시골밥상
  • 에디터 김민경
  • 김민경
  • 사진 오충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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