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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2013년 05월 호

네덜란드 아른험의 호텔 모데즈

Design Collection

잘나가는 패션 디자이너 30명이 머리를 맞댔다. 그들이 만들어낸 것은 트렌디한 옷이 아닌 독특한 호텔. 패션쇼만큼 흥미진진한 객실 컬렉션이 완성됐다.

네덜란드 하면 암스테르담 외엔 딱히 떠오르는 도시가 없는 이들을 위해 먼저 아른험(Arnhem)을 소개하면 이렇다. 동부 헬데를란트(Gelderland) 주의 주도이자, 오래전부터 라인 강 무역의 중심이 됐던 곳.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많은 이를 희생시킨 마켓가든(Market Garden) 작전이 벌어졌던 우울한 역사 배경지로 더 유명하지만, 알고 보면 조용한 도시 곳곳에 활기 넘치는 문화와 예술이 흐르고 있다. 유럽에서 손에 꼽히는 아트 스쿨이 있을 뿐 아니라 트렌디한 카페와 레스토랑, 아틀리에가 구석구석 숨어 있어 패션과 디자인을 공부하는 학생들 사이에선 이름깨나 알려진 도시다.
아른험의 떠오르는 패션 중심지, 클라렌달(Klarendal) 지역에는 눈에 띄는 호텔이 하나 있다. 겉모습은 공장이나 창고를 떠올리게 할 만큼 투박하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패션쇼 뺨치는 객실 컬렉션이 펼쳐진다. 광고와 잡지, 전시 등의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네덜란드 출신 패션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제품 디자이너, 피에트 파리스(Piet Paris)가 호텔을 위해 두 팔을 걷어붙였다. 넘쳐나는 부티크 호텔 사이에서도 눈에 확 띌 만한 콘셉트를 찾고 싶었던 그는 패션 분야에서 활약했던 경력을 살려 호텔을 디자인하기 시작했다. 그만의 개성이 담긴 호텔 로고를 만들었고, 아른험 아트 아카데미(Arnhem Art Academy) 출신 패션 디자이너 30명을 불러 모았다. 대부분 개인 아틀리에와 편집 숍 등을 운영하고 있는 그들은 모데즈 호텔을 위해 상상력을 발휘했다. 비슷한 구조의 20개 객실 공간은 디자이너들을 위한 새하얀 캔버스가 됐다. 그리고 머지않아 디자이너 개개인의 취향이 한껏 발휘된 객실들이 완성됐다.
부티크 호텔은 대개 2종류로 나뉜다. 어디서도 보지 못한 독특한 인테리어로 시선을 확 끌거나, 객실마다 그럴듯한 예술작품을 배치해 문화공간을 표방하는 식이다. 하지만 모데즈 호텔은 2가지 카테고리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중간 즈음을 서성이는 듯하다. 몇 곳은 시선을 끌지만 밋밋할 만큼 무난한 객실도 분명 있고, 예술이 녹아 있지만 만져지는 작품이 아닌 디자이너의 아이디어다. 호텔이라기보다는 객실을 주제로 한 기획전시를 보는 기분이다. 무심한 듯 멋 부리지 않은 외관과 통일성 전혀 없는 객실 디자인. 이것이 바로 다른 호텔과 차별되는 이 호텔만의 매력 포인트다.
객실 문을 열면 전혀 다른 20개의 세상이 펼쳐진다. 미궁을 주제로 3D 벽지를 두른 객실, 수십 가지 레이스로 꾸민 객실, 진짜 갤러리처럼 주기별로 벽에 전시되는 그림이 달라지는 객실 등 재미있는 공간들이 여행자를 기다리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눈에 띄는 곳은 일명 ‘QR코드 룸’. 패션 디자이너 앙투안 페터스(Antoine Peters)가 디자인한 방인데, 커튼과 침대, 벽면 모두가 QR코드로 가득 차 있다. 놀라운 사실은 객실을 꽉 채운 QR코드 중 어느 것을 스캔해도 야한 사이트로 연결된다는 것. 겉으로 볼 때는 노출돼 있지 않지만, 알고 보면 우리 삶 깊숙이에 은밀한 것들이 자리 잡고 있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모데즈 호텔이 가진 또 하나의 미덕은 가격이다. 객실마다 다르지만, 대개 100유로 내외면 하룻밤을 머물 수 있다. 심지어 스위트 객실도 150유로 정도다. 유럽에서 부티크 호텔이라는 수식어를 가진 숙박업소 물가를 떠올리면 이보다 더 착한 가격일 수 없다.
주위로는 실력 있는 디자이너들의 편집 숍과 트렌디한 바, 아기자기한 갤러리로 가득한 클라렌달 거리가 펼쳐지는 데다 아른험 중앙역에서 도보로 10분이면 닿을 수 있어 놀 거리나 교통 걱정할 필요도 없다. 네덜란드 작은 도시, 아른험에 들러야 할 이유가 생겼다.

주소 Elly Lamakerplantsoen 4, 6822 BZ Arnhem, Gelderland, Netherlands 전화 31-26-4420993
홈페이지 www.hotelmodez.com

소박하지만 트렌디한 카페 캐스파 Café Caspar

아른험의 트랜디함이 궁금하다면 멀리 갈 필요 없다. 호텔 1층에 자리한 카페 캐스파는 아른험에서 유행하는 카페 스타일을 고스란히 품은 곳이다. 통유리가 눈에 띄는 외관과 소박하고 모던한 내부를 갖춘 이곳에서는 캐주얼한 프렌치 다이닝을 즐길 수 있다. 화려하진 않지만 잘 들여다보면 세심하게 신경 쓴 흔적이 여기저기 보이는 공간이다.

  • 에디터 김수진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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