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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 아일랜드 > 더블린

발행 2012년 10월 호

세계 도서관 기행

The Great Library

심심할 틈 주지 않는 스마트폰이나 소설 100권을 담아도 무거울 일 없는 전자책도 대신할 수 없는 것이 있다. 구석에 쌓아둔 먼지 쌓인 책조차도 한 번쯤 들춰보고 싶어지는 가을, 아날로그 감성 퐁퐁 솟아나게 할 세계의 도서관 6.

트리니티 대학 도서관 Trinity College Library

고서를 뽑아들면 미세한 먼지가 풀썩 일어나는 높은 책장,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삐걱삐걱 소리를 내는 나무 바닥. 트리니티 대학 도서관의 첫 번째 미덕은 영화 <해리포터>에 등장할 법한 고풍스러운 비주얼이다. 낡은 의자에 가만히 앉아 종이 냄새를 맡기만 해도 지혜가 샘솟을 듯한 분위기 덕분에 조지 버나드 쇼, 버지니아 울프, 사뮈엘 베케트 등이 즐겨 찾기도 했다. 품격 있는 분위기에 걸맞게 귀한 자료들을 가득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도서관 1층 올드 라이브러리(Old Library)에 자리한 9세기 필사본 복음서 <켈스의 서>는 13세기 역사가들에게 ‘인간 아닌 천사가 그린 책’으로 통했을 정도다. 송아지가죽으로 만든 양피지에 정교하게 새겨 넣은 신화 속 동물들은 800년 넘는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어제 그린 듯 또렷한 선과 색감을 뽐낸다. 매일 한 장씩 넘겨가며 전시되는 이 복음서를 보기 위해 매년 전 세계에서 50만 명 넘는 방문객이 도서관을 찾는다고. 2층으로 올라가면 65m나 되는 긴 복도 양옆으로 오래된 책 20만 권이 가득 채워진 롱 룸(Long Room)이 펼쳐진다. 키를 훌쩍 넘기는 높은 책장에서 책을 꺼내기 위해서는 나무 사다리가 이용되는데, 그 풍경이 또 한 번 감탄을 자아낸다. 트리니티 대학 재학생만 도서 열람이 가능한 탓에 오래된 책을 들추는 재미는 맛볼 수 없지만, 눈에 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듯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주소 Trinity College Dublin, College Green, Dublin 2, Island
전화 353-1-896-1000 홈페이지 www.tcd.ie

대영 도서관 The British Library

화려한 역사와 문화를 자랑하는 영국은 도서관 스케일도 남다르다. 전 세계를 통틀어 둘째가라면 서러울 만큼 많은 자료를 보유하고 있는데, 구텐베르크가 인쇄한 성경책,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손때 묻은 초판본, 비틀스 멤버들이 직접 쓴 악보 등 하나같이 입이 떡 벌어지는 것들이다. ‘세계의 지식을 탐험한다’는 슬로건답게 전 세계 다양한 언어로 기록된 자료 1억 5000만 점과 장서 2500만 권을 보관하고 있다. 사실 이 방대한 자료가 자리 잡고 있었던 곳은 런던으로 여행 가면 누구나 한 번쯤 들르는 대영 박물관이었다. 귀한 자료들을 더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해 10년 동안의 이사를 통해 주황색 외관이 돋보이는 지금의 도서관으로 자리를 옮긴 것. 1997년 문을 연 도서관은 21세기 영국 지성과 문화를 상징하는 아이콘이 됐다. 마르크스와 버지니아 울프, 이사도라 덩컨이 앉았던 책상에서 책을 읽는 짜릿함은 즐길 수 없게 됐지만, 빛이 쏟아지는 깔끔한 1000석 규모의 열람실에서 고서를 뒤적이는 재미가 쏠쏠하다. 도서관에 들렀을 때 놓치면 안 될 하이라이트는 ‘왕의 도서관’. 6층 높이까지 뻥 뚫린 천장이 인상적인 곳으로, 1760년부터 1820년까지 왕위를 지킨 조지 3세가 소장하던 도서를 진열하고 있다. 근대 헌법의 시초가 된 <마그나 카르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노트 등이 전시돼 있다. 여권을 지참하고 간단한 서류만 작성하면 누구나 회원증을 발급받아 서가를 이용할 수 있다.
주소 St. Pancras, 96 Euston Road, London, British 전화 44-843-208-1144 홈페이지 www.bl.uk

시애틀 공공도서관 Seattle Public Library

빌딩 숲으로 둘러싸인 시애틀 중심가, 4번 애비뉴와 메디슨 스트리트가 만나는 곳에 독특한 건물이 있다. 요즘 ‘대세’인 친환경에 성큼 다가선 듯한 이 건물의 용도는 도서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건축가로 손꼽히는 렘 쿨하스(Rem Koolhaas)가 심혈을 기울인 작품인데,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자연광을 최대한 살리는 유리를 사용했다. 1980년 처음 문을 연 후 2004년 새로운 모습으로 재개관한 이 도서관은 우리나라 웬만한 시립도서관의 3배에 이르는 145만 권의 장서를 비롯해 DVD 등 각종 디지털 자료를 살뜰하게 갖추고 있다. 친환경 외관만큼이나 눈에 띄는 각종 첨단 시설을 구비하고 있어 미래형 도서관을 체험하는 듯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인터넷으로 대출을 요청한 뒤 도서관에 들러 이름만 입력하면 5분 안에 준비된 책을 수령할 수 있는 도서 대출 시스템과 24시간 개방된 반납함에 책을 넣으면 컨베이어가 알아서 서고로 이동하는 도서 반납 시스템이 마련돼 있다.
주소 1000 Fourth Ave, Seattle, USA 전화 206-386-4636 홈페이지 www.spl.org

프랑수아 미테랑 국립도서관 Francois Mitterrand Library

1998년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이 센 강변에 현대적인 국립도서관을 짓겠다고 발표했을 때, 파리 시민의 반응은 대부분 차가웠다. 수백 년도 더 된 루브르 박물관과 개선문, 에펠 탑에서 자부심을 찾는 그들에게 거대한 회색 빌딩은 파리의 낭만과 어울리지 않는 장애물일 뿐이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도서관을 짓겠다는 미테랑 전 대통령의 의지는 꺾일 줄 몰랐다. 무려 12억 유로를 들인 7년의 공사가 끝나고 63빌딩보다 더 큰 20층 규모 건물 4채가 센 강변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냉담했던 파리시민들의 시선은 호감으로 바뀌었다. 세계적인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는 네모난 건물 4개를 일정 간격으로 떨어뜨려 멀리서 보면 거대한 책이 반쯤 펼쳐진 듯한 풍경을 연출했다. 겉으로 보이는 규모뿐 아니라 질적인 면도 웅장해서, 16세기 이후 출간된 책은 없는 것을 찾기 힘들 정도다. 대통령은 반환을 약속했지만 사서가 연구 목적으로 거부한 탓에 돌려받지 못한 우리나라 외규장각 고문서도 보관돼 있다. 각 층에 설치된 특수 프로젝션 프로그램으로 건물 외관을 스크린 삼아 펼쳐지는 비주얼 아트는 파리의 새로운 명물이 됐다. 1회 열람권을 끊으면 누구나 입장 가능하다.
주소 Quai Francois Mauriac, 75013 Paris, France 전화 33-1-53-79-82-22 홈페이지 www.bnf.fr

아드몬트 베네딕트 교단 수도원 도서관 The Library of Admont Benedictine Monastery

도서관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수도원이다. 정보 얻는 방법이라고는 책이 전부였던 중세 시대에 지식 창고로서 제대로 활약했던 곳 아닌가. 소설 <장미의 이름>이나 <다빈치 코드>에서 미스터리한 사건의 실마리가 풀리는 곳이 수도원 도서관인 것도 다 이유가 있다. 세계적으로 아름다운 도서관으로 손꼽히는 아드몬트 베네딕트 교단 수도원 도서관은 잘츠부르크에서 2시간 거리에 자리한다. 11세기 초반에 지어졌는데, 8세기에 쓰인 것을 포함해 필사본 1400여 권과 16세기 이전에 인쇄된 초기 활자본 530여 권을 보유하고 있다. 길이 70m, 폭 14m, 높이 13m에 이르는 메인 홀은 이 도서관이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도서관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곳이다. 48개 창문에서는 눈부신 햇살이 쏟아지고, 천장에는 오스트리아 화가 알토 몬테가 한 땀 한 땀 정성스레 새겨 넣은 천장 프레스코화가 자리하고 있다. ‘지식은 하늘, 곧 신으로 이르게 한다’는 수도사들의 간절함을 담은 천장화 못지않게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도서관 곳곳에 놓인 수도원 조각가 요제프 슈타멜의 조각 작품들. 가톨릭에서 인간이 최후에 맞이하는 4가지를 뜻하는 ‘사종’을 표현한 작품은 세계적인 명화 뺨치는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도서관의 역사와 품격을 지키기 위해 수도사 30여 명이 꾸준한 복원 활동을 펼치고 있다.
주소 A-8911 Admont 1, Austria 전화 43-3613-2312
홈페이지 www.stiftadmont.at

스톡홀름 시립도서관 Stockholm Public Library

아는 사람은 이미 잘 알겠지만, 스웨덴을 이야기할 때 잘 갖춰진 사회 복지 시설만큼이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출중한 디자인 실력이다. 군더더기는 덜어내고 필요한 것만 남겼는데도 자꾸 눈이 가는 스웨덴 출신 가구와 그릇들은 전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이런 디자인 실력을 바탕으로 설계된 스톡홀름 시립도서관은 유럽 현대 건축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축물이다. 스칸디나비아 고전주의 양식으로 유명한 북유럽 모더니즘 건축가 군나르 아스플룬드(Gunnar Asplund)가 설계했는데, 빤한 직사각형 건물 위에 둥그스름한 원형 기둥으로 포인트를 줬다. 대부분의 도서관이 책을 보관하고 진열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는 반면, 이 도서관은 이용자의 편의를 강조한 ‘인간 중심의 디자인’에 무게를 실었다. 둥글게 디자인된 서고 덕분에 도서관 전체를 연결하는 동선이 줄어들어 책 한 권 찾기 위해 다리 아프게 걷는 수고를 덜어준다. 스웨덴 국민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독서율을 자랑하게 된 데는 이유가 있었다. 장서 200여만 권이 마련돼 있고, ‘신문의 나라’답게 지역 신문을 포함한 수십 종의 정기 간행물을 살펴볼 수 있다.
주소 Odengatan 63, Spelbomskan, Stockholm, Sweden
전화 46-70-556-53-54 홈페이지 www.biblioteket.stockholm.se

  • 에디터 김수진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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