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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2012년 10월 호

항공기 래핑의 단면

Flying Character

캐릭터가 날았다. 비행기에 알록달록 귀엽게 매달려 두둥실 하늘에 떠오른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세계 곳곳을 누비며 비행하는 깜찍한 캐릭터들 덕분에 괜스레 여행이 더 들뜬다.

대한항공 - 내가 그린 비행기 그림

일본 도쿄의 나리타 공항에서였다.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던 사람들이 일제히 커다란 창문에 붙어 웅성이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나도 그 사이로 빠끔히 고개를 내밀었다. 주인공은 다름 아닌 피카츄! 항공기가 일렬로 대기 중이던 비행장에 피켓몬스터 친구들이 유유히 등장했다. 피카츄의 통통 튀는 얼굴이 비행기 꼬리에 붙어 해맑게 웃고 있었다. 아나항공(ANA)이 진행한 회심의 래핑(Wrapping) 비행기였다. 형형색색 참 귀엽게도 그렸다.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자연스레 미소를 띨 수밖에 없는 깜찍함이었다. 심플하지만 심심하게 로고만 박혀 있던 다른 기체보다 눈이 가는 것은 당연했다. 신기한 마음에 사진을 여러 번 찍은 아이들은 비행기에 올라 더 신이 난다. 피카츄와 함께 하늘을 날다니!
비행기도 옷을 입는다. 항공사에서 대개 1년 미만의 단기성 이벤트로 진행하는 래핑을 이용해서다. 래핑은 사람들이 오르내리는 지하철역 계단, 시내를 달리는 버스, 우뚝 솟은 빌딩 등 시설물이나 차량에 랩을 씌우듯 그림을 덧붙이는 일종의 광고다. 항공기의 경우 유명 인물이나 상징적인 동물 등을 입히는데, 그중에서도 귀여운 캐릭터는 유독 인기가 많다. 무엇보다 승객들의 기분을 유쾌하게 만들어주기 때문! 평소 자신이 좋아하던 캐릭터라면 더더욱 그렇다. 항공사는 사람들에게 친근감을 줄 수 있어 좋고, 사람들은 시작부터 신나 기분이 좋다. 일석이조 효과 덕분에 점점 더 많은 비행기들이 자주 새 옷으로 갈아입는다. 최근에는 에바항공(Evaair)에서 선보인 헬로 키티 제트(Hello Kitty Jet)의 반응이 뜨겁다. 운항 20주년을 맞아 인천-타이베이 노선을 모두 키티 캐릭터로 꾸며냈다. 승무원의 핑크빛 앞치마를 비롯해 비행기 좌석, 쿠션, 비행기 티켓, 기내식까지 모두 키티로 만들었다. 캐릭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취향이라면 괜히 시야만 산만해질 수 있겠지만, 평범한 비행기에서는 겪지 못할 색다른 비행이다. 또는 다른 이벤트와 연계해서 래핑을 진행하기도 한다. 핀에어(Finn Air)는 지난해 핀란드에서 싱가포르로 날아가는 상공에서 앵그리버드 게임을 통해 최종 우승자를 선정하는 대회를 열었다. 앵그리버드(Angry Bird)는 핀란드에서 탄생한 모바일 게임의 캐릭터. 한국에서도 유명세를 톡톡히 치른 캐릭터로 앵그리버드를 입힌 비행기 역시 인기 만점이었다. 국내 항공사는 대한항공이 대표적이다. 한국 최초로 래핑 항공기를 탄생시켰는데, 제주의 명물 돌하르방, 한라산, 감귤, 유채꽃이 디자인된 ‘하르비’가 그 시작이다. 그 후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기념한 ‘슛돌이’, 2008년 루브르 박물관의 한국어 서비스를 축하하며 제작한 모나리자와 훈민정음 등 다양한 의미를 담은 비행기가 이어진다. 2009년부터는 매해 ‘내가 그린 예쁜 비행기’란 사생대회를 열어 1등 수상작을 래핑하기도. 캐릭터의 경우 스타크래프트2 출시를 알리고자 제작한 비행기가 있다. 다른 항공사들의 캐릭터만큼 귀여운 면모는 없었지만 게임 팬들에게 환영받았고, 세계 각국 게이머들에게 스타크래프트를 알린 계기가 됐다. 묵직한 육체에 밋밋한 무늬를 단 기체가 캐릭터를 입는 순간 두둥실 떠오른다. 긴 시간 답답하고 지루한 비행이 만남부터 산뜻해진다. 무겁고 딱딱한 느낌 대신 살포시 발을 떼는 가벼움과 상큼함을 주는 것이다. 여행자는 괜스레 마음이 더 들뜬다. 낯선 곳을 향해 떠나는 방랑이 더욱 특별해지는 것 같다. 래핑 비행기는 단순히 항공사 홍보 효과만 누리지 않는다. 여행자의 첫걸음을 기분 좋게 만드는 것. 그것이 캐릭터 래핑의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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